내년 11월 미국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의 가장 유력한 잠룡으로 꼽히는 조 바이든(76) 전 부통령이 부적절한 신체접촉 논란에 휩싸이면서 2020년 미국 대선 판도가 흔들리고 있다.
2일(현지시간) 미 인터넷매체 악시오스는 ‘미투(Me Too)’ 논란에 휘말린 바이든 전 부통령의 대선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자 지난달 대선 불출마를 선언했던 민주당의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이 다시 대선 출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의 최대 큰손인 블룸버그 전 시장은 앞서 “민주당 경선에서 후보로 지명되는 것이 어렵다는 걸 안다”며 출마를 포기했지만 민주당 여론조사 1위인 바이든이 낙마할 경우 불출마를 번복할 가능성이 있다. 블룸버그는 좌파 성향이 강한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 등과 결이 다른 중도파로 지지층이 겹치는 바이든이 불출마로 기울면 대선후보 자리를 노려볼 만하다는 것이다.
그런가 하면 대선 예비후보인 샌더스 의원이나 좌파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바이든 전 부통령을 당내에서 궁지로 몰고 있다. 당내 지지율 2위를 달리는 샌더스 의원은 CBS방송에서 피해를 주장하는 여성의 말을 믿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미투 혐의로 대선 출마 자격이 박탈되는지 여부는 “바이든 본인이 결정할 문제”라고 압박했다. 일부 언론에 따르면 바이든 측근들 사이에서는 샌더스 캠프에서 바이든에 대한 혐의를 흘렸다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다.
바이든 전 부통령은 앞서 민주당 네바다주 부지사 후보였던 루시 플로레스 전 하원의원이 바이든 전 부통령이 자신의 머리 냄새를 맡는 등 부적절한 행동을 했다고 고발한 데 이어 민주당 소속 짐 하인스 하원의원 보좌관도 지난 1일 “2009년 모금행사장에서 바이든이 목을 감싸고 머리를 당긴 뒤 자신의 코를 비볐다”고 폭로해 정치적 위기에 직면한 상태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후광 속에 친근한 이미지로 인기를 누려온 바이든 부통령에게는 플로레스 부지사 후보의 고발 이후 ‘징그러운 조(Creepy Joe)’라는 별명이 붙었다.
다만 민주당 1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감기가 든 것처럼 타인과의 접촉에 주의하라”고 바이든에게 충고하면서도 “이번 논란이 그의 대선 출마 자격을 잃게 할 정도는 아니다”라며 그를 감쌌다.
한편 유력 경쟁자가 ‘미투’ 논란으로 휘청이자 공화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집중공세를 퍼붓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위원회(슈퍼팩)는 ‘징그러운 조’라는 제목의 광고를 제작해 그간 논란이 된 바이든의 부적절한 신체접촉을 총망라한 영상을 틀 준비를 하고 있다. 앞서 성추문 논란을 겪었던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한 공화당 만찬 행사에서 바이든을 향해 “조(Joe), 이 세계에 온 것을 환영한다.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나”라며 비꼬았다. 그러면서 “바이든은 극좌는 아니지만 민주당 사회주의자들에게 먹힌 것 같다”며 야당의 내전을 부추겼다. /뉴욕=손철특파원 runiron@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