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노른자위 땅’으로 알려진 미국 뉴욕 맨해튼 부동산시장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0년 만에 최악의 ‘거래 한파’를 맞고 있다.
2일(현지시간) 부동산중개 업체 더글러스엘리먼과 감정평가법인 밀러새뮤얼이 발표한 올 1·4분기 맨해튼의 부동산 거래는 총 2,121건으로 전년동기 대비 2.7% 감소했다. 2009년 이후 1·4분기 기준 거래 건수로는 최저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의 자체 집계에서도 맨해튼의 올 1·4분기 상가·콘도미니엄 판매 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5.2% 줄었다. 맨해튼 부동산 거래가 정점을 찍었던 2016년 1·4분기와 비교하면 18% 감소한 수준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거래감소는 초고가 아파트에 국한되지 않고 모든 가격대에 걸쳐 확산하는 추세다. 밀러새뮤얼의 조너선 밀러 최고경영자(CEO)는 “그간 뚜렷한 거래 적신호를 보였던 100만달러(약 11억 3,000만원)대의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비롯된 거래 한파가 저가 매물로까지 퍼지고 있다”고 말했다.
■노른자 땅’에 무슨 일이…
초호화 아파트 위주 공급과잉 속
과도한 가격에 稅문제도 걸림돌
중국계 등 外人투자자 잇단 이탈
맨해튼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데는 초호화 아파트를 중심으로 공급과잉이 두드러진데다 매도자들이 시장 상황과 맞지 않게 지나치게 높은 가격을 책정한 탓이 크다. 현재 맨해튼 부동산시장에는 올 1·4분기 기준 6,673개의 매물이 거래를 기다리고 있다. 이는 전년동기 대비 8.9%나 남아도는 물량이다.
여기에 세금 문제도 투자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뉴욕주는 최근 100만달러 이상 고가주택에 일률적으로 부과하는 ‘맨션세(mansion tax)’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따라 종전 매매가의 1%가량을 부과하던 세금이 구간별로 최고 4% 안팎으로 오르며 한국의 취득·등록세에 해당하는 이전세도 고가주택에 대해 기존 0.4%에서 0.65%로 인상된다. 외국인 ‘큰손’으로 일컬어지는 중국계 투자자들이 최근 부채비율을 낮추기 위해 잇따라 자금을 회수하는 것도 거래 한파에 일조했다.
블룸버그통신은 “맨해튼 부동산 거래는 6분기 연속 감소세를 보이며 30년래 최장기 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며 “거래 한파가 단시일 내에 해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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