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마존 등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한 위조상품 유통에 대한 철저한 단속을 명령하며 ‘짝퉁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미국 정부는 워싱턴DC에서 열리고 있는 제9차 미중 고위급 무역협상과 무관하다고 밝혔지만 전 세계 위조상품의 주요 생산기지가 중국인데다 양국 무역협상에서 지식재산권 침해 문제가 주요 의제로 거론되는 만큼 이번 조치가 ‘대중(對中) 압박용’ 카드일 것이라는 해석이 많다.
3일(현지시간) CN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정책국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트럼프 대통령이 관련부처에 위조상품 판매를 추적·억제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도록 지시하는 내용 등이 담긴 ‘위조·해적상품 거래와의 전쟁’ 각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이 각서에 따르면 국토안보부와 상무부·법무부는 앞으로 210일 이내에 위조상품의 온라인 거래 현황을 담은 보고서를 만들어 트럼프 대통령에게 제출해야 한다. 보고서에는 위조상품 거래규모와 현 대응책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한지 여부, 위조품 판매를 뿌리 뽑을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미중 간 막바지 무역협상이 한창인 시점에 나온 이 같은 조치가 협상에 미칠 영향력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나바로 국장은 “미중 무역협상과는 관련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단속을 명령한 근거로 내세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보고서에는 ‘짝퉁천국’ 중국의 현황이 그대로 담겨 있어 협상 연관설을 부정할 수 없는 상황이다.
OECD 보고서에는 연간 위조상품 거래액이 5,090억달러(약 577조4,600억원)에 달하며 이 가운데 중국이 위조품 제조 1위 국가라는 내용이 담겨 있다. 2014∼2016년 전 세계 위조상품의 60% 정도는 중국에서 만들어지며 나머지 30%는 홍콩에서 제조됐다는 것이다. 미국의 지재권 침해 피해는 전 세계의 20%를 차지한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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