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경내 진입을 시도하며 경찰을 폭행하고 철문을 뜯어낸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연행된 지 반나절도 안 돼 모두 풀려나면서 무력한 공권력이 다시 도마 위에 올랐다. 노조가 불법을 저질러도 ‘친노동’을 표방하는 정부가 소극적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공권력과 법치주의의 근간이 흔들리고 결국 공동체의 기본질서마저 위협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4일 경찰에 따르면 전날 오후 국회 앞에서 격렬시위를 벌인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 24명이 같은 날 늦은 밤 모두 석방됐다. 김 위원장 등은 탄력근로제 확대를 위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논의하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참관하겠다며 국회 진입을 시도하면서 국회의 철제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6명과 방송기자 1명 등이 부상해 치료를 받았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모두 8~10시간 만에 곧바로 석방하고 불구속 상태에서 수사하기로 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범행을 대체로 시인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적다고 판단했다”면서 “주요 피의자들은 엄정히 사법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전날 국회 로비에서 연좌농성을 벌이다 연행된 민주노총 조합원들 역시 당일 바로 풀려났다.
하지만 국가중요시설 최고보안 등급인 국회의 담장을 무너뜨린 폭력행위에 대한 공권력의 대응이 너무 안이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이날 열린 당 최고위원회에서 “연행된 조합원 전원이 석방됐다고 하니 법을 무시하고 공권력을 무력화해도 역시 민주노총은 치외법권인가 보다”고 꼬집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군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상황에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응혁 건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민노총 집회 대처 과정을 보면 공권력의 힘이 빠진 것을 실감한다”며 “공권력은 눈치보지 말고 원칙대로 움직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구민·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
[점거,폭행만 반년새 15건...‘勞 폭주’ 방치땐 공동체질서 도미노 붕괴]
친노동 성향의 문재인 정부 들어 민주노총 조합원들이 노동관서 등을 점거하고 회사 임원을 집단 폭행하는 일이 발생해도 경찰이 소극적으로 대응하면서 공권력이 엄정성을 잃었다는 지적이 잇따르자 정부도 대책 마련에 나섰지만 노동계의 불법행위는 오히려 강도를 더해 우려를 키운다.
사법당국과 노동계 등에 따르면 민주노총의 폭력·불법행위는 지난해 9월부터 지금까지 알려진 것만 해도 최소 15건 이상에 달했다. 격주에 한 번꼴로 노조가 폭력을 동반한 불법을 저지른 것이다. 하지만 친노동을 표방하는 정부가 민주노총의 불법행위가 이어짐에도 미온적으로 대응해 경찰도 정당한 공권력을 제대로 행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지난 3일 김명환 민주노총 위원장과 조합원 24명을 연행했다가 8~10시간 만에 석방해준 경찰에 대해 ‘반나절 구속’을 했다는 비판이 크다.
◇노조의 공권력 무시 반복…정부는 ‘무응답’=이번 정부 들어 국가 최고 수사기관인 대검찰청도 점거당한 것은 노조가 공권력을 무시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사건이다. 지난해 11월13일 김수억 민주노총 기아자동차 비정규직노조 지회장 등 조합원들은 현대·기아차, 한국GM 불법파견 혐의 수사를 요구하며 대검찰청 청사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였다. 이들은 오후 9시에 경찰에 의해 강제 퇴거될 때까지 8시간 넘게 별다른 제재를 받지 않았으며 이후 경찰에서 2~3시간 조사를 받은 뒤 귀가조치됐을 뿐이다.
경찰은 대책을 세운다는 입장이지만 청와대와 정부가 직접 강력 대응 메시지를 던지지 않는 이상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2월 경찰청 자문기구인 경찰위원회는 심해지는 노조의 불법행위와 관련해 경찰청장에게 직접 대책안을 마련해 보고하도록 했다. 경찰청은 다음 달 안에 최종안을 만들고 이후 경찰위원회 심의에 올릴 예정이다. 그럼에도 지난 3일 국회 울타리를 뜯어내고 경찰을 다치게 하는 등 노조의 불법행위가 반복된 것이다.
더 큰 문제는 민주노총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점에 대해 외려 당당한 태도를 보인다는 점이다. 탄력근로제 단위시간 확대 등 ‘노동법 개악’을 중단하라는 내용으로 항의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민주노총은 “국회가 노동법 개악 강행 처리를 4월 임시국회에서 다시 밀어붙일 게 자명하다”며 “투쟁은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예고했다. 집회 중에 경찰 6명이 부상당하고 민간인인 기자도 물리적 충돌에 다쳤음에도 자숙 대신 더 격렬한 시위를 하겠다는 것이다.
◇노조 불법 미온적으로 대처하면 시민들도 공권력 경시=노동계의 불법행위에 대해 경찰이 사실상 눈감고 있는 상황이 일반 시민들의 ‘공권력 경시’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문제가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사회의 기본적인 공동체 질서를 위협할 수 있는 상황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서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경찰 안팎에서도 경찰이 멱살을 잡히고 신체 부상을 입었는데도 이번처럼 강력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못하는 게 반복되면 결국 공동체 질서를 해칠 것으로 우려했다. 경찰이 노조의 폭력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는 국민의 경시가 확산되면 조직 사기도 저하된다는 해석이다. 허경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이번 국회 앞 민주노총 집회처럼 경찰 대응이 제대로 안 되면 경찰조직의 사기도 떨어진다”며 “경찰이 적극적으로 일하기 어려운 환경이 되면 결국 피해는 시민에게 돌아간다”고 꼬집었다. 반복되는 노조의 불법행위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는 만큼 정부가 경찰이 단호하게 대응하도록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누군가 명백한 불법을 저지른 상황에서 경찰이 무기력하고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건 시민들의 불안감을 가중시킨다”고 비판했다.
특히 민주노총의 불법행위가 지속적으로 발행하는데도 공권력이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반복되면서 형평성 문제와 함께 시민들의 박탈감을 키운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네티즌은 “일반 시민이 국회 담장을 무너뜨리고 경찰을 폭행했다면 반나절도 안돼 훈방했겠느냐”면서 “노조 같은 힘있는 집단은 봐주고 일반 시민에 대해서만 엄정한 잣대를 들이댄다면 공권력에 대한 신뢰가 생기겠느냐”고 비판했다.
아울러 경찰이 현 정부 들어 ‘인권’만 지나치게 강조하다 보니 정당한 공권력 행사마저 위축돼 ‘인권’과 ‘질서’ 사이의 균형점이 깨졌다는 것도 문제로 대두된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최근 피해자 인권이 강조되다 보니 정당하게 행사해야 할 경찰의 물리력도 소극적으로 행사하게 되는 경향”이라며 “노조가 경찰의 멱살을 잡는 것은 선진국에서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인권보호를 이유로 공권력 행사가 제한돼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폭력으로 물든 노조의 투쟁은 오히려 여론의 반감을 살 뿐이라는 지적도 있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노동계를 대표하는 민주노총이 법을 위반하는 것은 결국 노동계에 대한 먹칠”이라며 “국민들이 그렇지 않아도 노동계에 등을 돌리고 있는데 여론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의 노동법 개정 철회 요구가 정당하다고 해도 법을 어기면 지지를 받기 힘들다는 것이다. /손구민·조권형·이희조기자 kmsoh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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