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초 산불이 점차 거세지면서 대피소에선 “000 할아버지!” “000 어머니!” 를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가족을 찾는 게시물들을 보고 각종 대피소에 있던 사람들이 함께 ‘잃어버린 가족 찾기’에 나선 것이다. 가족과 연락이 닿지 않는 이들은 실시간으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SNS의 특징을 파악해 해당 글들을 올렸다. 이를 본 SNS 이용자들은 실시간 수준의 현장 상황을 중계하며 실질적인 지원에 도움이 되는 글들을 올렸다.
“키는 167cm 정도에 단발이십니다. 옷은 아마 검은색 코트 입으셨을 겁니다. 연락 안 해도 좋으니 잘 있다는 얘기만 듣고 싶어요. 착하게 살게요. 제발 엄마를 찾게 해 주세요.”
“부모님과 통화 중 쿵 떨어지는 소리와 함께 전화가 끊겼습니다. 혹시 길 가다가 검은 바지에 초록 티를 입은 단발머리 중년을 보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
“탁하현 할아버지를 찾습니다. 사람 한 명 살리는 셈 치고 연락 주세요. 차량 통제돼 꼼짝도 못 하는 상황입니다.”
산불 발생 직후 SNS엔 가족들을 찾는 글들이 올라왔다. ‘속초산불_사람을_찾습니다’ 등의 해시태그(#)를 붙여 공유되고 있다. 사람들은 이를 보고 “꼭 가족을 찾으셨으면 좋겠다”.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없으면 한다”며 ‘리트윗(공유)’하고 해당 게시물을 다시 올렸다. 팔로워가 많은 계정 운영자들도 공유를 당부하며 자신의 가족 일인 것처럼 나섰고 ‘속초 사람 찾아요’라는 계정을 따로 운영하면서 제보까지 받았다. 뉴스로 현장 상황이나 산불 진행 경로 등은 파악되지만 개개인의 신변과 안전 확인은 어려운 만큼 SNS가 제2의 뉴스를 자처한 격이다.
실제 한 대피소에서 이름을 불러 가족을 찾아 준 이들도 나타났다. <탁하현 할아버지를 찾습니다>는 제목을 단 게시물은 트위터에서 200개에 달하면서 실제 게시물을 최초로 작성한 가족에게 할아버지의 상황이 전달됐다.
한편 대형 산불로 인한 통신장애가 발생하면서 대형재난 시 한계를 보이는 네트워크에 대한 보완 대책도 요구되고 있다.
떨어져 있는 가족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발을 동동 구르던 이들이 늘어나자 SNS상에서는 블루투스를 이용하는 메신저 앱 ‘파이어챗(Fire Chat)’이 소개됐다. 파이어챗은 블루투스와 P2P 와이파이를 이용해 메시지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형태로 61m 내에 있는 기기 간 오프라인으로 메시지와 사진 전송이 가능하다. 이는 축적 전송 방식을 이용해 사용하는 기기 수가 늘어남에 따라 인적 네트워크가 빠르게 확장된다.
한편 5일 통신업계는 일 강원 고성·속초의 대형 산불로 SK텔레콤의 속초·고성 간 일부 기지국과 케이블이 손실되는 피해가 났다고 전했다. KT의 일부 무선 기지국과 케이블에서도 피해가 발생했다. 이동통신사들은 곧바로 대응에 나서 피해복구를 시작했고 현재 일부 복구작업은 아직 진행 중이다.
/최정윤인턴기자 kitty419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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