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말 택시기사 3명이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며 분신했다. 결국 우버와 같은 차량공유서비스가 도입되기는커녕 카풀 서비스마저 중단되고 말았다. 이후 정부 주도 아래 택시-카풀업계는 지난달 출퇴근 시간에만 카풀 서비스를 허용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택시 기사의 생존권 사수”라며 옹호하는 의견과 “4차산업 혁명의 거대한 흐름에 역행하는 조치”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부패한 자본은 어떻게 민주주의를 파괴하는가’는 요즘 4차 산업혁명의 화두로 떠오른 공유경제가 기만이자 허상이라고 비판한 책이다. 좌파 경제학자의 시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서 한번 읽어볼 만하다. 저자는 기본소득지구네트워크 설립자인 가이 스탠딩 영국 런던대 소아즈(SOAS) 교수다. 그는 ‘프레카리아트(precariat)’라는 용어를 확립한 세계적인 경제학자다. 이는 ‘불안정한(precarious)’과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무산계급)’를 합성한 조어로 불안정한 생활환경에 놓인 비정규직, 실업자, 미혼모 등을 뜻한다.
그는 이 책에서 고도화한 자본주의 하에서 불평등이 어떻게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하고 공고화하고 있는지 분석했다. 저자는 ‘공유경제’를 ‘플랫폼 자본주의’라고 규정하면서 오히려 소득분배를 악화시킨다고 주장한다. 우버와 같은 공유업체는 기존 대기업과 달리 주요 생산 수단을 소유하지 않고 플랫폼으로 이익을 창출한다. 이 같은 플랫폼은 진화된 생산 수단이나 기술혁명이 아니라 소수의 기업이 기술적 장치만을 가지고 부와 권력을 확보하는 수단이라고 비판한다. 플랫폼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이 적절한 임금을 받지 못하는데다 경쟁 관계인 다른 노동자들의 협상력마저 약화시켜 결과적으로 양질의 일자리를 줄인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결국 공유경제는 불로소득 자본주의의 변종에 불과하다.
우버 등 생산수단 없이 이익 창출
노동자 협상력 줄이고 기존 산업 위협
소득분배 악화 초래…불로소득의 변종
국가 보조금에 불로소득은 갈수록 팽창
양극화 공고화, 민주주의는 더 야위어가
우버의 경우 영국 ‘블랙캡’, 중국의 ‘디디콰이디’ 등과 경쟁할 때는 요금을 낮게 책정한 뒤 택시기사에게는 보조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우버는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차지하자 수수료를 올렸고 택시 기사들의 수입은 반대로 줄었다. 결과적으로 플랫폼 자본주의는 기존 산업을 없애고 노동자들의 일자리와 급여를 줄여 소득분배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된다.
책은 21세기 소득분배체계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완전히 붕괴됐다고 주장한다. 옥스팜 발표에 따르면 2010년 전 세계 상위 부자 388명이 소유한 부의 규모는 밑바닥 절반 인구가 소유한 부와 맞먹었다. 불과 5년만인 2015년에는 불과 62명이 하위 절반의 인구가 가진 부와 똑같은 규모의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또 전세계 1%의 슈퍼 리치들은 지구촌 나머지 사람들의 부를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은 자산을 갖고 있다. 한국도 1980년대 이후 자본이득을 제외한 불로소득이 가장 크게 증가한 나라 가운데 3위를 차지했다. 1·2위는 각각 프랑스·영국이었다. 4위 이후로는 미국, 독일, 오스트레일리아, 벨기에 등의 순이었다.
저자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불로소득은 비생산적이고 부당한 것이기 때문에 궁극적으로 사라질 것이라는 주류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비판한다. 또 존 메이너드 케인즈 역시 ‘불로소득자는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투자자’라며 자본주의가 완성되면 곧 사라질 과도기적 존재라고 규정했다. 저자에 따르면 ‘21세기 자본론’ 저자 토마 피케티도 불로소득 자본주의는 결국 사라질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주류는 물론 이들 진보 경제학자들의 주장도 틀렸다는 게 스탠딩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왜 불로소득은 사라지지 않고 오히려 늘어날까. 저자는 주요 이유로 국가보조금을 꼽았다. 각국 정부가 자산 소유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국가보조금을 지급하는 바람에 민간 부문에 돌아가야 할 공적자금이 고갈됐다는 것이다. 가령 많은 나라들이 경쟁력 강화 명목 아래 하에 기업에 주는 각종 혜택을 주고 있다. 한국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세계 최저 수준으로 20대 대기업들이 지난 5년간 받은 혜택은 76조 원(2013년 기준)에 달한다. 이외에도 관세 보조금, 수출장려금 등의 혜택도 막대하다.
저자는 정부와 불로소득자들의 끈끈한 연대를 통해 소득 불평등이 공고화하면서 민주주의가 더욱 야위어가고 있다고 주장한다. 정치인들이 불로소득자들의 이익에 관심을 두기 때문에 나머지 계층을 위한 정책은 뒷전이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새로운 소득분배체계를 정립해야 부패한 민주주의도 재활할 수 있다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3만원.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