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외교 라인의 이 같은 상황 인식은 안타깝게도 희망 사항에 가깝다. 청와대가 군불을 때고 있는 ‘굿 이너프 딜’에 이어 또다시 현실성 없는 주장이 되풀이되면서 북핵 협상을 둘러싼 안팎의 우려는 더 커지는 모습이다. 완전한 비핵화 과정을 쪼개 합의하고 일부 초기 성과를 얻겠다는 굿 이너프 딜은 미국 정부·의회 분위기와는 결이 크게 다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하노이회담 결렬 후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일괄타결을 뜻하는 빅딜에 방점을 두고 있다.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궁극적 목표 달성 전에 대북 제재 해제는 없다는 우리 행정부 정책은 매우 분명하다”고 재확인했다. 미국 의회와 정치권은 북한의 단계적 비핵화는 물론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 자체까지 불신하는 모습이다.
미국의 북핵 인식이 이런데도 정부는 개성공단 등 남북경협 재개로 협상의 돌파구를 마련하는 길을 고집하고 있다. 단계적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를 맞바꾸는 것은 북한의 오랜 살라미 전술에 놀아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제재를 먼저 풀면 북이 비핵화에 나설 것이라는 기대는 과거 6자회담에서 확인했듯 환상에 불과하다. 이번 정상회담은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양국 공조 압박을 재확인하는 자리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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