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9년 영국 왕 헨리 8세는 형수인 캐서린과 결혼했다. 처음에는 부부 금실이 좋았지만 캐서린이 끝내 아들을 낳지 못하면서 관계가 틀어졌다. 헨리 8세의 눈에는 캐서린을 옆에서 돌보던 젊은 시녀 앤 불린이 들어왔다. 그는 캐서린이 형과 혼인한 적이 있어 성경의 가르침에 어긋난다며 교황 클레멘스 7세에게 결혼을 무효로 해달라고 요청했다. 교황이 거절하자 헨리 8세는 영국 교회의 모든 권한이 국왕에게 있음을 알리는 수장령을 선포한 뒤 불린과 결혼했다. 헨리 8세와 캐서린의 이별은 영국 교회가 로마 가톨릭교회와 분리돼 성공회로 거듭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에서 세기의 이혼이라고 부를 만하다.
요즘에는 유명인사가 거액의 위자료를 물면서 이혼하면 사람들이 대개 ‘세기의’라는 수식어를 붙여준다. 2014년 축구 클럽 AS모나코의 구단주인 드미트리 리볼로프레프가 이혼의 대가로 지불한 돈은 45억달러, 당시 환율로 4조6,000억원이다. 리볼로프레프는 이 위자료로 단번에 세계에서 제일 비싼 이혼비용을 치른 사람으로 등극했다. 스포츠계에서는 타이거 우즈가 기록을 갖고 있다. 그가 계속된 불륜 행각의 대가로 치른 금액은 7억5,000만달러. 재미있는 것은 이 금액이 자기 재산의 75%에 달한다는 점이다. 금액으로는 우즈 위로 여럿 있지만 비율로는 아마도 그를 따를 사람이 없을 것이다. 브리트니 스피어스는 가장 빨리 이혼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2004년 1월 어릴 적 친구인 제이슨 알렉산더와 술을 진탕 마신 후 미국 라스베이거스의 한 교회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스피어스는 정확히 55시간 뒤 “내가 잠시 미쳤나 보다”라는 말과 함께 이혼했다.
아마존의 최고경영자(CEO) 제프 베이조스가 지난 1월 이혼을 선언했을 때 세상의 관심은 그가 낼 위자료에 쏠렸다. 최근 그의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가 트위터로 알린 합의 사항을 보면 베이조스는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아마존 지분 16.1% 가운데 25%에 해당하는 4%를 넘겼다. 매켄지가 받은 지분가치는 356억달러(40조5,000억원)다. 이로써 매켄지는 단숨에 세계 4위 여성 부자 자리에 올랐다. 영국의 한 재단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유명인 부부의 이혼율은 50%로 일반인의 2배에 달했다. 돈이 적을수록 더 행복하다는 건지 아니면 돈이 많을수록 더 행복하게 살고 싶어한다는 건지 헷갈린다. /한기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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