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정부가 가짜뉴스부터 아동학대 영상까지 온라인에서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유해 콘텐츠를 막기 위해 직접 규제에 나선다. 지난달 뉴질랜드에서 발생한 총격 테러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생중계를 계기로 유해 콘텐츠 방치에 대한 지적이 잇따르자 그동안 기업 자율에 맡겨온 온라인 유해 콘텐츠 대응을 강화하겠다는 차원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7일(현지시간) 영국 소비자보호 당국은 유해 콘텐츠 확산과 관련해 해당 인터넷 기업에 벌금과 접속 차단, 경영진 처벌 등의 법적 책임을 가하는 규제안을 공개했다.
규제 대상이 되는 유해 콘텐츠에는 테러나 아동 성 착취, 리벤지 포르노와 같은 불법 콘텐츠뿐만 아니라 불법은 아니지만 사회에 해를 끼치는 허위정보, 가짜뉴스 등도 포함된다.
영국 정부는 기업들이 제공하는 서비스 등에 이 같은 불법적인 내용이 있을 경우 해당 기업의 고위 간부가 구속되는 것은 물론 벌금과 영업정지 등의 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다만 규제를 담당할 새로운 기구를 만들지 아니면 기존 방송통신규제위원회인 오프콤(Ofcom) 등에 맡길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제러미 라이트 영국 문화부 장관은 “온라인 유해 콘텐츠에 대한 업계의 자발적 대응은 일관적이거나 충분하지 않았다”면서 “자율규제의 시대는 끝났다”고 밝혔다.
영국에서 유해 콘텐츠 확산 방지의 필요성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지난 2017년 14살 소녀 몰리 러셀이 인스타그램에서 자살 관련 사진을 본 뒤 목숨을 끊는 사건이 발생하자 사회적으로 유해 콘텐츠 규제 문제가 떠오르기 시작했고, 지난달 뉴질랜드 이슬람 사원에서 발생한 총격 사건이 페이스북에 생중계되면서 규제 논의에 불을 지폈다. 페이스북은 유해 콘텐츠를 차단하기 위해 인공지능(AI)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지만 테러 라이브를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온라인 기업들은 대체로 규제안을 받아들인다는 입장이지만 일각에선 우려를 표명하기도 했다. 트위터 측은 “영국 정부와 함께 SNS 정화 작업에 나서겠다”고 밝히며 “사용자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것과 인터넷의 자유로운 속성을 지키는 일의 균형을 맞춰달라”고 주문했다.
/전희윤기자 heeyou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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