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민정책을 두고 갈등을 빚어온 국토안보부 주요 관리들이 줄줄이 교체되면서 트럼프 정권의 반(反)이민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34) 백악관 선임고문이 실세로 부각되고 있다. 국토안보부 지도부 교체가 밀러 고문의 작품이라는 말이 나오는 가운데 앞으로도 추가 해임이 이어질 것으로 보여 트럼프 정부에서 그의 입김은 더욱 강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키어스천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의 해임은 이민정책의 실권자가 누구인지를 보여줬다”며 “지금은 밀러 타임(Miller Time)”이라고 전했다.
여기에 이날 국토안보부 소속 비밀경호국(SS)의 랜돌프 앨리스 국장까지 해임되고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숙청’ 작업에 나설 것이라는 보도가 이어지면서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그 배후로 밀러 고문을 주목하고 있다. AP통신은 “행정부 내 이민 담당 고위직들의 숙청 작업은 강경 보수파이자 백악관의 숨은 실세로 유명한 밀러 고문이 지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도 “트럼프 대통령이 밀러 고문에게 멕시코 국경 관련 정책의 전권을 맡겼고 그 결과로 조직적인 숙청이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밀러 고문이 트럼프의 입맛에 맞는 정책 제시로 미국 외교 분야 실세로 등장한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과 같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닐슨 장관 등 국토안보부 고위직들이 이민 문제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 입장을 따르지 않으면서 갈등이 커지자 결국 트럼프 대통령과 노선이 같은 밀러 고문의 주도로 대대적인 물갈이가 시작됐다는 설명이다.
밀러 고문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연설문은 물론 공화당 후보 지명수락 연설문 등을 작성하면서 두각을 나타냈고 이후 이방카 부부의 최측근이라는 배경으로 이민 구금자 부모·아동 격리 정책 등 강경한 정책을 추진해왔다.
블룸버그는 백악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언제나 트럼프에게 ‘예스’라고 말하거나 가능한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능력이 밀러 고문이 가진 영향력의 비법”이라고 전했다.
/노현섭기자 hit812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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