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복수의 국회 행안위 관계자는 ‘4월 국회’에서 소방관 국가직화 정책이 다뤄질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11월 행안위 법안소위에서 관련 법이 상정됐지만 계류된 지 5개월 만이다. 실제로 이날 행안위 전체회의에서는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소방 기동복을 입고 출석해 “법안심사소위 일정을 미루는 방식으로 논의를 회피하는 국회의 꼼수를 다시 보고 싶지 않다”며 “(소방관 국가직화 법안 통과를 위해) 일정을 잡아달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고성 산불 발생 다음날인 5일부터 이날(오후2시30분 기준)까지 닷새간 청와대 국민청원에 22만5,400명이 서명하는 등 들끓는 여론을 의식한 듯 자유한국당 의원들도 “국가직화에 반대한 적이 없다”고 한발 물러섰다.
소방관 국가직화가 지난해 11월 행안위 법안소위의 문턱을 넘지 못한 것은 ‘자치경찰제’ 때문이었다. 소방관 국가직화가 지방 분권 흐름에 역행한다는 것이다. 재난 유형이 점차 다양해져 지방의 특색에 맞게 효율적으로 운영돼야 하는데 중앙정부의 책임을 늘리는 것이 맞느냐는 주장이 야당을 중심으로 제기됐다.
국가직화를 찬성하는 진영에서는 “소방 권한의 99%는 지방자치단체에 있는 상황에서 적절한 주장이 아니다”라고 주장한다. 지난해 기준 5조원에 달하는 소방예산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으며 소방공무원 지휘권·임명권도 지자체장이 갖고 있다. 지금의 소방 시스템이 아예 ‘지방 맞춤형’으로 돼 있는 것이다. 문제는 재난이 복잡해질수록 그 여파가 전국적으로 미친다는 데 있다. 최근 강원 산불이 발생했을 때도 제주도를 제외한 전국의 소방본부가 지원출동에 나섰으며 지난해 고양 저유소 화재 때도 충남 아산에서 소화약제를 실어나르기도 했다.
소방청의 국가직화 방향은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의 ‘절충점’을 찾은 모양새다. 소방청이 행안위에 제출한 ‘2019년 주요 업무계획’에 따르면 소방관 국가직화를 위해 필요한 법률안은 △소방공무원법(일부개정) △소방기본법(일부개정) △소방재정지원 특별회계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안이다. 기존 예산은 지자체의 부담으로 남고 소방공무원이 신규 임용되면서 발생하는 비용만 중앙정부의 몫이 된다. 소방청은 내년에 2,000억원 정도를 중앙정부가 부담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휘권과 임명권도 지자체장에게 주되 긴급재난이 발생했을 때 소방청장의 권한을 강화하기로 했다. 소방기본법 11조 2항은 “소방청장은 해당 시도의 소방력만으로는 소방활동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어려울 때 각 시도지사에게 소방력 동원을 ‘요청’할 수 있다”고 돼 있는데 ‘요청’을 ‘명령·지시’ 등으로 바꾸는 것이다.
다만 그동안 ‘지방정부의 권한 확보’를 중심으로 논의됐던 소방관 국가직화가 이번 강원 산불로 ‘중앙정부의 역할 강화’로 쏠릴 가능성도 있다. 행안위 간사를 맡고 있는 권은희 바른미래당 의원은 “신분의 국가직화만으로는 직무나 업무의 통일성 등을 담보할 수 없다”며 “소방 업무를 국가에서 관리하는 업무·인사의 일원화와 국가의 예산 부담 증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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