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 총선을 1년여 앞두고 보수 정당들 사이 ‘빅텐트론’이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유승민(사진) 바른미래당 전 대표가 보수 대통합에 동참할 의사가 없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덩치만 키우는 통합이 국민들에게 외면받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유 전 대표는 9일 연세대학교에서 연 ‘나누면 커간다 : 성장과 복지’ 특강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이명박, 박근혜 정부 9년 동안 보수가 했던 것처럼 돌아가자고 하면 그런 정치는 절대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 “시장 경제와 자유만 쏙 뽑아놓은 그런 보수로는 새 시대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대대적인 자체 혁신이 이뤄지지 않는 한 보수 대통합에 뜻을 함께할 수 없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과거로의 회귀나 되풀이가 퇴보만 가져올 수 있는 터라 보수 진영이 대통합에 앞서 혁신부터 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 전 대표는 특히 “보수에 대한 반성을 바탕으로 변화가 없는 이상 덩치만 키우는 통합은 국민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며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를 중심으로 한 보수 대통합론에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보수 대통합이 자칫 역풍만 가져올 수 있는 만큼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황 대표가 “헌법 가치를 인정하는 정치세력은 좌파정부의 폭정을 막아내는 데 힘을 보태야 한다”고 말한 데 대해서는 “제가 생각하는 새 보수가 추구해야 할 헌법의 가치에는 자유와 시장경제만 있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했다.
다만 당내 불화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유 의원은 “지금은 작년에 당 대표 물러나고 지금은 이끄는 분이 계시고, 지켜보면서 말을 조심하는 차원이다”며 “당 내부의 문제는 당에 돌아가서 이야기할 때가 되면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인엽기자 inside@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