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이 북미 2차 정상회담 합의 무산에 따라 문책을 당했다는 소문이 돌았던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이 공개 석상에 등장했다. 북한의 대미 정책 사령탑으로서 북한 내 입지가 여전함이 확인된 것이다.
10일 조선중앙통신은 전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주재로 당 중앙위 본부청사에서 열린 정치국 확대회의를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노동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상무위원회 위원들과 정치국 위원, 후보위원들이 참가했다”며 “당 중앙위원회 부장, 제1부부장, 일부 부서의 부부장들 그리고 도당위원장들이 방청으로 참가했다”고 전했다.
통신은 참석자들을 구체적으로 공개 보도하지는 않았다. 대신 이날 회의 사진 공개를 통해 참석자 일부를 노출했다. 사진 속에서 김영철 부위원장은 회의에 참석해 손을 들어 의사 표시를 했다.
김영철 부위원장은 대미 관계 개선에 나선 김정은 위원장의 핵심 참모다. 특히 북미 협상에 있어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의 카운터파트 역할을 하고 있다. 두 사람은 한반도 정세가 대화 무드로 바뀌기 전부터도 물밑 접촉을 해온 사이로 알려져 있다. 폼페이오 장관이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서 대북 관계를 비공식적으로 맡던 때부터라는 얘기다. 또 김영철 부위원장은 김정은 위원장의 친서를 들고 두 차례나 미국을 찾았고, 두 차례 모두 백악관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직접 만났다.
하지만 김영철 부위원장은 역할이 막중했던 만큼 하노이 담판이 중간에 엎어지자 책임론에 휩싸였다. 사전 조율 및 정상들의 의중을 전달하는 데 실패한 책임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더해 김영철 부위원장이 하노이 담판 이후 북한 공개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서 문책성 인사를 당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이날 정치국 확대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지척에 앉은 모습이 확인 됨에 따라 북한의 대미 협상에 있어 김영철 부위원장의 역할도 큰 변화가 없는 것으로 해석된다. 하노이 핵 담판 무산의 또 다른 책임자로 지목되는 리용호 외무상도 김영철 부위원장 옆에 앉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날 정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최고인민회의를 앞두고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열고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기 위해 자력갱생 등을 바탕으로 새 전략노선을 관철하라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회의에서 김정은 위원장은 “당 및 국가적으로 시급히 해결 대책하여야 할 문제들에 대하여 심각히 분석”했다며 “긴장된 정세에 대처하여 간부들이 혁명과 건설에 대한 주인다운 태도를 가지고 고도의 책임성과 창발성, 자력갱생, 간고분투의 혁명 정신을 높이 발휘하여 우리 당의 새로운 전략적 노선을 철저히 관철”하라고 강조했다고 통신은 전했다. ‘새로운 전략적 노선’은 북한이 지난 해 4월 노동당 제7기 3차 전원회의에서 핵·경제병진노선을 대신해 내놓은 경제건설 총력집중 노선을 의미한다. 또 김 위원장은 “간부들 속에서 만성적인 형식주의, 요령주의, 주관주의, 보신주의, 패배주의와 당세도, 관료주의를 비롯한 온갖 부정적 현상들”도 철저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해 내부 기강 잡기에 집중할 것임을 예고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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