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도착, 1박 3일간의 방미 일정에 돌입했다. 문 대통령은 11일 오전부터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마이크 펜스 부통령을 연쇄 접견하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진행한다.
문 대통령과 김정숙 여사는 서울공항을 통해 출국한 뒤 13시간 40분 가량 비행을 거쳐 오후 5시 40분께 워싱턴DC 인근 앤드루스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영빈관에서 하룻밤을 지낸 뒤 다음날인 11일 오전, 한국 시간으로는 이날 밤부터 외교 일정을 시작한다.
미국 외교·안보를 책임지는 핵심 참모들 접견에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은 한국시간으로는 12일 새벽 1시께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정상회담은 정상 내외가 참석하는 친교를 겸한 단독회담, 핵심 참모들이 배석하는 소규모 정상회담, 확대회담을 겸한 업무오찬 순서로 진행된다. 소규모 정상회담에는 우리 측에선 강경화 외교부 장관,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조윤제 주미 대사가 배석하며 미국 측에선 폼페이오 장관, 볼턴 보좌관, 해리스 주한 대사가 참석한다.
청와대가 한미 양국이 ‘엔드 스테이트’, 즉 비핵화의 최종 목적지가 같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회담에서는 문 대통령이 비핵화의 단계별 이행 및 보상, 이른바 ‘굿 이너프 딜(괜찮은 거래)’에 대한 트럼프 대통령의 긍정적 메시지를 얻을 수 있느냐가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기 위한 로드맵의 필요성에 대해서도 (한미 정상의) 의견이 일치한다”며 “톱다운 방식과 제재의 틀도 계속 유지돼야 한다”고 밝혔다.
비핵화 빅딜을 고수하며 대북 제재에 강경한 입장을 보이던 미국 측도 한미 정상회담에 앞서 다소 유연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대북협상을 총괄하고 있는 폼페이오 장관은 10일(현지시간) 상원 외교위원회의 2020 회계연도 예산 관련 청문회에 출석, 북한의 비핵화 때까지 제재를 이어가겠다는 기조를 유지하면서도 “그 부분에 있어서 약간의 여지(a little space)를 남겨두고 싶다”고 밝혔다.
폼페이오 장관은 “때로는 우리가 실질적인 진전을 이룬다면 그것이 (목표를) 달성하기에 올바른 일이 된다고 여겨지는 특수한 경우가 있다”며 ‘실질적인 진전’을 거론한 뒤 ‘여지를 둔 경우’의 예로 “때로는 비자 문제”라고 언급했다. 이를 두고 미국이 북한의 해외 파견 노동자에 대한 비자 제한 완화나 북한 국적자의 여행금지와 관련된 대북제재 해제 등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이번 한미정상회담은 문 대통령이 취임한 후 7번째 정상회담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미 ‘톱다운’ 방식 협상의 동력을 되살리고, 비핵화 프로세스에 다시 속도를 내겠다는 방침이다.
/워싱턴=윤홍우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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