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정상회담 후 백악관, 미 국무부가 한미동맹이 한반도 평화 등을 위한 ‘린치핀(핵심축)’이라고 했다. 한미 균열설을 일정 부분 불식시킨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대북정책에서는 한미가 속도·절차·방식 등에서 이견을 노출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문재인 대통령 편에 대북 비공개 메시지를 전달한 것으로 보여 곧 파견될 대북특사가 들고 갈 이 메시지가 향후 정세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북미정상회담에 대해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3차 북미회담이 열릴 수 있으리라는 전망을 세계에 심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추가 회담 가능성을 논의하고 있다”면서도 “이는 단계적(step by step) 절차다. 빠르게 하면 올바른 딜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빠른 북미정상회담을 원하는 우리와 느려도 실무선에서 확실한 의견교환을 한 후 확실한 딜을 하는 것을 선호하는 미국 간에 온도 차가 감지됐다.
비핵화 접근법도 결이 달랐다. 우리는 북한과의 ‘굿 이너프 딜’ 혹은 ‘조기수확’을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스몰딜이 있을 수 있느냐’는 기자 질문에 “여러 스몰딜이 있을 수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빅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빅딜이란 핵무기를 포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참여정부 때 통일부 장관을 지낸 정세현 전 장관은 12일 한 라디오 방송에서 “우리는 굿 이너프 딜이라는 절충안까지 갖고 갔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회담을 빨리 안 하겠다는 것”이라며 “한미가 접점을 못 만들었다. ‘워싱턴 노딜’”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문 대통령에게 대북 메시지를 줬을 수 있다”고 예상했다.
실제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고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기자들과 만나 전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도 “남북정상회담이나 접촉을 통해 한국이 파악하는 북한의 입장을 가능한 한 조속히 알려달라”고 요청했다. 비공개 메시지에는 북한을 대화로 끌어내기 위한 ‘당근’과 미국이 원하는 비핵화 조치 등이 담겨 있을 수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조기수확론 등에 대해 미국의 반응이 어땠나’라는 질문에 “여러 방안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협의했다”며 관련 논의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은 미국의 여러 군사장비 구매를 결정했다. 거기에는 제트 전투기라든지 미사일, 그 외에 여러 가지 장비가 있다”고 말했다. 국방부는 “과거에 구입을 결정한 것을 지칭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올해 있을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 추후 미국산 무기 구입 확대 등을 노린 압박성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정상회담에서 자동차 수입 관세와 관련된 미 무역확장법 232조, 이란 원유수입 관세 유예 등도 논의했느냐”는 질문에 “경제 분야에서도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고 말했다.
/워싱턴DC=윤홍우기자 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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