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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北 비핵화 '조기 수확' 아닌 '올바른 딜'로 설득하라

11일(현지시간) 미국에서 열린 한미정상회담은 비핵화 해법을 둘러싼 양국의 시각차가 여전하다는 점을 확인한 자리였다. 이번 정상회담은 하노이 담판 결렬 이후 꺼져가던 대화의 불씨를 살렸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동맹과 ‘톱다운 방식’의 북핵 해결에 공감했다. 두 정상은 남북정상회담 추진과 3차 북미정상회담 모색에 대해서도 의견일치를 보였다.

그러나 비핵화 방식에서는 두 정상의 입장이 현저히 엇갈렸다. 첫째, 문재인 정부가 구상하는 ‘굿 이너프 딜(충분히 괜찮은 합의)’을 통한 연속적 ‘조기수확(early harvest)’ 방식은 트럼프 대통령의 동의를 얻지 못했다. 굿 이너프 딜은 포괄적 비핵화 합의에 기반한 단계적 보상으로 미국의 ‘일괄타결’과 북한의 ‘단계적 합의·이행’ 방안을 절충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폐기와 제재 완화의 단계적 이행을 뜻하는 ‘스몰딜’ 가능성에 대해 “지금은 빅딜을 얘기하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빨리 간다면 올바른 합의(proper deal)가 되지 않을 것”이라며 조기수확론에도 제동을 걸었다. 둘째, 우리 정부가 바라는 대북제재 완화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현 수준의 제재가 계속 유지되기를 원한다”면서 수용하지 않았다. 그는 개성공단과 금강산관광 사업 재개에 대해서도 “지금은 올바른 시기가 아니다”라고 분명히 밝혔다. 셋째, 문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 3차 북미정상회담 개최’를 희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서둘러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조만간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정부는 4·27남북정상회담 개최 1주년을 맞아 4차 남북정상회담을 추진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상회담을 추진한다면 정부는 ‘조기 수확’에 집착하지 말고 ‘올바른 딜’로 제대로 익은 열매를 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조급하면 살라미식 해법 제시로 보상만 챙긴 뒤 비핵화 궤도를 이탈해온 북한의 전술에 또 이용당할 우려가 있다. 단순한 중재자로서 북한의 단계적 해법과 절충을 시도하면 제재의 틀이 흔들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완전한 비핵화로 나아가는 통 큰 결단을 하도록 적극 설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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