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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What-이란 최정예부대 IRGC] 건설서 통신·에너지까지 장악...軍가면 쓴 이란 경제 '큰손'

1979년 창설후 시리아내전 등 참전

이슬람 혁명 DNA 해외 전파 넘어

금융·제조 등 각종 사업 이권 꿰차

일각선 이란 GDP 10%차지 추정

수십년간 최고지도자 비호 받으며

정부 고위직 배출한 권력 산실로

트럼프 행정부, IRGC 테러조직 규정

최고 수위로 경제 압박하려는 포석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혁명수비대(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것은 단순히 이 조직이 테러리즘을 지원해서가 아니다. IRGC는 각종 자회사와 위탁회사를 거느리며 이란 경제를 주무르고 나아가 해외 기업과도 연계된 거대 경제 카르텔이기 때문이다.”

지난 8일(현지시간) 미국이 외국 군대로는 처음으로 IRGC를 테러조직으로 지정한 날, 익명을 요청한 한 이란 주재 프리랜서 언론인은 미국의 소리(VOA)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밝혔다. 이란 군부의 핵심 엘리트 세력으로만 알려진 이란 최정예부대 IRGC의 실상은 군(軍) 뒤에 숨은 최대 경제권력이라는 것이다. 이 조직에 대한 테러단체 지정은 결국 대(對) 이란 경제제재의 또 다른 형태로 베일 뒤에서 이란 경제를 지탱해온 IRGC의 활동을 옥죄어 궁극에는 이란에 대한 압박 수위를 최고로 끌어올리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IRGC는 1979년 이란혁명으로 친미 성향의 팔레비 왕조를 무너뜨린 아야톨라 루홀라 호메이니 최고지도자 등 혁명세력이 창설한 군대다. 현재 육해공·정보군·특수부대 등을 포함해 12만5,000~15만명의 병력을 휘하에 둔 혁명수비대는 40만명 규모의 이란 정규군과 별도로 운영되는 정예조직이다. 이란 헌법에 따르면 정규군은 국경 방어와 국내질서 유지를 담당하는 반면 IRGC는 외국의 간섭으로부터 이슬람 체제를 수호하는 역할을 맡는다. 국내의 분란을 잠재우고 이란 국민이 엄격한 이슬람 도덕을 지키도록 감시하는 임무를 맡은 ‘바시지 부대’와 침투·암살공작 등을 통해 호메이니식 이슬람 혁명의 DNA를 해외에 전파하고 레바논·시리아 내전, 이란-이라크 전쟁 등 해외 분쟁에 참전하는 ‘쿠드스 부대’가 수비대를 구성하는 두 축이다. 탄도미사일 개발계획 관장과 이란 핵무기 개발계획 참여도 IRGC가 하는 일이다.

하지만 IRGC의 임무는 이러한 군사안보 면에 국한되지 않는다. 미 경제매체인 비즈니스인사이더가 ‘강력한 군사-산업-금융복합체’라고 규정했듯이 IRGC는 이란의 사실상 모든 경제 분야에 압도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이란 경제의 최대 세력이기도 하다. 이란이 미국의 테러조직 지정 조치를 더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IRGC는 건설·통신·자동차·에너지산업 등 거의 모든 분야에서 글로벌 기업에 버금가는 경제활동을 벌이며 호메이니의 뒤를 이은 최고지도자인 하메네이 체제를 공고히 하는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대이란 제재를 복원하면서 IRGC를 ‘이란 최고지도자의 부패한 민병대’라고 표현한 바 있다.

산유국인 이란 경제에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는 IRGC는 글로벌 시장에서도 무시할 수 없는 존재다. 일례로 IRGC 해군은 전략적 요충지인 호르무즈해협을 순찰하는 역할을 하는데 IRGC의 호르무즈해협 장악은 이란의 경제 이권과 맞닿아 있다. 이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을 연결하는 곳으로 페르시아만의 모든 선박이 반드시 지나야만 한다. 무엇보다 세계 원유의 20%가 수송되는 길목이다. 이란은 종종 국제사회와의 최후 협상 카드로 ‘호르무즈해협 봉쇄’를 내놓는데 이때마다 국제유가는 크게 요동쳤다.



무엇보다 이 조직은 이란 기업들과 광범위하고 은밀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자체 자회사를 거느리며 건설·제조·금융 등 각종 산업 분야의 이권을 틀어쥐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란 국내총생산(GDP)의 최대 10%를 차지한다는 추정이 나올 정도다. 실제로 IRGC는 중동 최대 납·아연광산으로 꼽히는 ‘안구란’과 바흐만자동차제조그룹 등의 지분 일부를 보유하며 세를 떨치고 있다. IRGC 출신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전 이란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이동통신사업자인 이란텔레콤 지분 50%를 보유하기도 했다. IRGC가 2018년 10월 이 지분을 매각하자 시장에서는 이란이 미국의 제재 여파를 피하기 위해 사전조치를 취했다는 해석이 많았다.

IRGC가 이처럼 주요 이권 사업을 장악할 수 있는 바탕은 이란 최고지도자의 비호와 거기서 파생된 ‘촘촘한 인맥’이다. IRGC는 지난 수십년간 상당수의 장관과 광역·지방자치단체장 등 정부 고위직을 배출해온 권력의 산실이다. 이를 두고 영국 BBC는 “인맥을 바탕으로 제멋대로 뻗어 나가는 거대기업왕국”이라고 평하기도 했다.

그야말로 ‘무소불위’의 경제권력을 쥐고 있던 IRGC는 하산 로하니 정부 들어 이전만큼 이란 정부와 끈끈한 관계를 보이지는 못하고 있다. 이란 내 대표적 강경파 군부세력인 IRGC는 온건개혁파인 로하니 정부에 사사건건 태클을 걸며 다소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이란 정부가 테러자금 차단 등 금융투명성 제고를 위해 추진하는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 가입이 진척을 보지 못하는 것도 강경보수파와 IRGC의 반발 때문으로 알려졌다. 프랑스·독일·영국 등은 미국의 제재를 피해 유럽 기업들이 합법적으로 이란과 거래할 수 있도록 특수목적법인 ‘인스텍스’를 설립하고 가동조건으로 이란의 FATF 가입을 내걸었으나 IRGC 등은 인스텍스가 이란 핵 합의·포괄적공동행동계획(JCPOA)와 유사한 굴욕이라며 이를 저지하고 있다.

로하니 대통령도 IRGC를 향해 ‘견제구’를 던지고 있다. 이란 정부는 3월 국영 세바은행을 중심으로 6개 은행 통폐합에 나섰다. 정부는 부실대출을 해소해 산업 건전성과 투명성을 높여야 한다는 점을 표면적 이유로 들었지만 속내는 따로 있다. 이 같은 합병 결정에는 금융뿐 아니라 에너지·통신 등 이란 경제·산업 전반을 쥐락펴락하는 IRGC의 입김을 억제하려는 로하니 대통령의 계산이 작용했다는 분석이 많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를 두고 “정부 정책에 제동을 거는 무소불위 IRGC의 영향력을 축소하기 위한 로하니 대통령의 노력”이라고 진단했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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