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국무총리가 주말인 13일 또 다시 산불 피해 현장을 찾았다. 지난 4일 강원도 고성, 속초 일대에서 산불이 발생한 이후 세 번째 현장 방문이다. 강원도 고성의 임시구호소인 서울시공무원수련원에서 이 총리를 만난 이재민과 현지 농어민, 소상공인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여러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 총리는 “제도를 넘는 지혜를 짜고 있다”며 이재민들이 우려하는 국민 성금 사용에 대해서도 “투명하게 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이 총리는 이날 고성군 이재민의 임시구호소 중 하나로 활용되고 있는 속초 소재 서울시공무원수련원을 먼저 방문했다. 현장에서 이 총리를 만난 주민들은 반가움을 표하면서도 행여 중앙정부에서 강원 산불 피해 후속 처리를 소홀하게 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쏟아냈다.
농민 대표 김철수씨는 “농자천하지대본이라고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아니다. 농자를 천시하는 경향이 있다”며 “농촌은 고령화로 인해서 농기계를 이용하지 않으면 농사를 지을 수가 없는데 산불로 트랙터 이앙기 수많은 농기계 다 소실됐다”고 말했다. 또 김씨는 “고령화된 농민들이 주거지를 빚 걱정 없이 살 수 있도록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워달라”며 “포항 지진으로 아직도 천막 사는 분들이 있는데, 고성은 높을 고자를 쓴다. 가장 높은 지역에 위치해 있기도 하다. 부디 차원 높은 대책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노장현 이재민 대책위원장은 “먼 길 마다 않고 와주셔서 피해자 대표로서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소상공인들은 빚을 지고 영업을 하고 있는데, 앞으로 삶의 터전 복구해서 돌아갈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현 제도상 어려움이 있다는 거 알고는 있는데, 주민들이 최소한 건축을 할 수 있는 범위는 해줘야 하지 않나 하는 바람이 있다”고 덧붙였다.
이 총리가 지난 5일 강릉, 지난 9일 속초에 이어 이날 찾아간 고성은 이번 강원 산불 이재민 1,212명 중 889명이 발생한 지역이다. 서울시공무원수련원은 고성군 총 21개소 중에서 가장 많은 이재민 64세대 155명이 거주 중이다. 이 총리는 주민들이 어려움을 토로할 때 마다 현장에 동행한 정부 부처 책임자들에게 직접 설명하도록 했다.
이재민 홍재희씨는 “장병들, 소방관들 정말 잘했다. 팔계리 이장들이 제일 큰 일 했다. 공무원들이 앞에서 참 잘했다. 군 장병들도 참 고맙다”면서도 “피해 본 이재민들은 지금도 가슴속에 울분만 차있다. 총리께서 적극적으로 도와주시리라 믿고 건강을 챙기겠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정부, 지자체, 국민이 다 함께 하고 있다”며 “복구 과정도 외롭지 않도록 하겠다”고 위로했다.
이 총리는 이어 영농과 생업 재개 현장도 방문했다. 고성군 토성면 토성농협을 방문해 볍씨 침종소독 현장을 살폈고, 같은 지역 황태 가공 공장도 방문했다. 또 긴급 복구 조림 추진 상황도 점검했다. 이 총리는 현장에서 “농협에서 일손이 안 부족하도록 노력해달라”고 부탁했고, 불에 탄 황태가공농장 잔해물을 치우고 있는 장병들도 격려했다.
/정영현기자 yhchu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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