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양대 멀티플렉스 사업자인 CJ CGV와 롯데시네마가 급성장하는 베트남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몇 년 동안 베트남에서 상영관을 넉넉하게 확충한 두 회사는 올해 배급·투자 편수도 대폭 늘려 현지 점유율 1·2위 자리를 공고히 다진다는 전략이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GV 베트남은 현지 영화 배급 편수를 지난해 16편에서 올해 20편으로 늘리고 하반기에는 약 6편의 현지 영화에 투자·제작·배급사로 참여하기로 했다. 베트남 영화산업이 가파른 속도로 성장하는 가운데 CGV 베트남이 배급한 작품들이 잇따라 좋은 성과를 내면서 2019년도 사업계획을 한층 공격적으로 편성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 2017년 CGV 베트남이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적극 참여하고 배급도 맡았던 ‘엠 쯔어 무어이땀’은 744만 달러를 벌어들이면서 당시 현지 시장의 모든 박스 오피스 기록을 갈아치웠다. 올해 2월 배급한 역사 코미디물인 ‘짱 퀸’도 현지에서는 다소 생소한 장르임에도 불구하고 430만 달러의 수익을 올리면서 큰 주목을 받았다.
2017년 기준 45.3%로 현지 영화시장 점유율 1위인 CGV 베트남은 상영 인프라도 빠른 속도로 확충하고 있다. 지난 2014년 CGV 베트남의 극장 수는 20개에 불과했으나 올해 4월 현재 73개로 껑충 뛰었다. 같은 기간 스크린 숫자 역시 132개에서 433개로 증가했다.
CGV에 이어 시장 점유율 2위(18.2%)인 롯데시네마 베트남은 올 한 해 현지 영화 5편의 투자·제작·배급을 맡을 예정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까지는 베트남에서 배급 사업에만 집중했으나 시장의 성장성에 주목해 투자·제작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롯데시네마 베트남 법인이 올해 2월 현지에서 두 번째로 투자·제작·배급을 겸한 작품인 ‘하이픙’은 역대 박스 오피스 3위에 오르는 성과를 냈다. 싱글맘이 범죄 조직에 납치된 딸을 구하는 과정을 그린 액션 영화인 이 작품은 청소년 관람 불가 영화 중에서는 역대 최고에 해당하는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2014년 73개였던 롯데시네마 베트남의 스크린 수는 올해 4월 기준 193개로 늘어났다.
CGV와 롯데시네마의 베트남 법인은 젊은 인재들을 육성하고 발굴하는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CGV는 우수한 각본을 찾아 작품 제작 기회까지 제공하는 시나리오 공모전을, 롯데시네마는 영상 콘텐츠 만들기에 관심이 많은 학생을 위한 영화제작 교실을 꾸준히 열고 있다.
이처럼 한국의 영화관 사업자들이 공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서는 이유는 베트남이 동남아시아 국가 가운데 경제 성장률이 가장 높은데다 1억명에 육박하는 전체 인구 중 절반 이상이 대중문화에 관심이 많은 30대 이하 젊은 층이기 때문이다. 2013년 550억원 수준이던 베트남의 영화 시장 규모는 2017년 1,380억원까지 치솟았다. 영화계 관계자는 “젊은 세대가 많은 데다 국민들의 영화 관람 횟수도 꾸준히 늘고 있는 베트남은 성장 잠재력이 매우 높은 시장”이라며 “CGV·롯데시네마 베트남 법인의 현지 영토 확장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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