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제작한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킹덤’은 조선시대판 좀비물이라는 독특한 설정으로 한국은 물론 전세계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해 tvN 의 ‘백일의 낭군님’과 ‘미스터 션샤인’, SBS TV ‘황후의 품격’ 등도 인기를 끌었다. 이를 통해 방송가에는 사극은 제작비가 많이 들어 만들기는 힘들어도 흥행에 유리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사극이 액션이나 판타지 등과 결합한다면 고루하다는 인식을 깨고 전 세계서 사랑받을 수 있는 콘텐츠로 자리매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올해는 그동안 보기 힘들었던 사극이 줄줄이 시청자들을 찾아간다. 정통 사극에서 퓨전 사극까지, 상고시대부터 1930년대까지 장르도 다양하다. 특히 올해는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되는 해인 만큼 이를 기념한 작품들이 눈에 띤다. 다음 달 4일부터 선보이는 MBC TV ‘이몽’은 200억원을 투입한 대작이다. 이요원과 유지태가 주인공으로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이 펼치는 첩보 액션극이다.
김승모 CP는 “지난해 ‘이몽’ 기획 당시 내년이 3·1 운동 100주년인데 MBC가 꼭 제작해야 한다고 정한 다음에야 재무적인 손실이 나지 않을 방법을 찾았다”며 “사업적 리스크가 있지만 꼭 만들어져야 하는 드라마”라고 강조했다. 드라마 ‘아이리스’, ‘아이리스2’ 등을 집필한 조규원 작가가 극본을 담당했으며 ‘태왕사신기’와 ‘사임당 빛의 일기’ 등을 연출한 윤상호 PD가 연출을 맡아 기대를 모은다.
오는 26일에 방영되는 SBS TV ‘녹두꽃’의 경우 19세기말 동학농민운동 당시 농민군과 토벌대로 갈라져 싸워야 했던 이복형제의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그린다. 조정석·윤시윤·한예리가 출연하며 궁중 내 권력 암투, 사랑이야기가 중심이었던 기존 사극들과는 달리 무게감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예정이다.
송중기·장동건 등이 출연해 기대를 모으는 tvN ‘아스달 연대기’는 6월 초 방영 예정이다. 지금껏 제대로 다루지 않았던 상고시대 문명과 국가 이야기를 다룬 판타지극이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등을 선보인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이다. 또 여말선초를 배경으로 하는 JTBC ‘나의 나라’는 올해 하반기 방영 예정이다. 김영철, 장혁 등 사극에서 검증된 베테랑들과 양세종·우도환·설현 등 청춘스타가 호흡을 맞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킹덤’ 신드롬은 사극이 역사에 대한 집착을 버리고 좀비 같은 장르와 결합했기에 가능했다”며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보편적으로 통용되는 장르물의 옷을 잘만 걸친다면 사극은 우리 콘텐츠의 중요한 아이콘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평가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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