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에서 민원과 행사 등 과도한 업무를 혼자 떠맡았다가 뇌출혈로 쓰러진 직원에게도 업무상 재해가 인정돼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6단독 김정진 판사는 마트 직원 A씨가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요양급여 신청을 승인하지 않은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2014년부터 한 마트에서 물류·행사팀장으로 근무한 A씨는 이듬해 민원업무를 담당하던 직원들과 행사·매장기획 등을 담당하던 직원이 줄줄이 퇴사하자 해당 업무를 모두 떠맡았다. 그는 2015년 11월 집에서 쓰러진 채 발견돼 뇌출혈 진단을 받았다. 근로복지공단이 “업무와 질병 사이에 인과관계가 없다”며 요양급여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자 A씨는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과중한 업무를 한 데 따르는 과로와 스트레스로 기존 질환인 고혈압 등이 악화해 뇌출혈에 이르게 됐다고 봐야 한다”며 A씨의 질병을 업무상 재해로 인정했다. 재판부는 또 “직원들이 퇴사하면서 그 업무까지 수행해 피로가 누적된 상태에서 9월 이후 추석 행사와 김장 행사가 이어져 A씨의 업무가 더 가중됐을 것”이라며 “특히 쓰러진 날에는 김장 행사에 사용할 절임 배추가 입고될 예정이라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재판부는 “시간 외 근무가 반영되지 않은 출퇴근 기록부만으로도 발병 전 A씨의 12주간 주당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긴 데다 행사 기간에는 근무시간 외에도 일했을 것으로 보이는 사정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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