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9·11 테러 영상을 짜깁기한 트위터 게시물로 민주당 소속의 무슬림 여성 하원의원을 공개 저격해 논란이 3일째 지속되고 있다. 이에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해당 하원의원에 대해 ‘악감정’이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명하며 논란을 잠재우려 했지만, 민주당 소속 낸시 펠로시(캘리포니아) 하원의장은 게시물을 당장 내리라며 트럼프 대통령을 맹공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에 9·11 테러와 관련한 영상을 올리며 논란은 시작됐다. 해당 영상에는 민주당 초선인 일한 오마르(37·미네소타) 하원의원이 한 행사장에서 9·11 테러와 관련해 “일부 사람들이 뭔가를 저질렀다”고 언급하는 장면이 여러 차례 반복되면서 그 사이사이에 테러 당시 항공기가 뉴욕 세계무역센터 쌍둥이 빌딩과 충돌해 폭발하고 사람들이 대피하는 광경이 등장한다.
공화당과 보수 진영은 이 게시물을 두고 오마르 의원이 여전히 미국인들에게 큰 상처로 남아있는 9·11 테러 공격을 대단치 않게 여긴 것이라며 정치 쟁점화를 시도했고,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인종차별주의와 분열을 부추기며 여성 의원을 상대로 폭력을 선동하고 있다’며 반격했다.
펠로시 하원의장은 “대통령의 말은 엄청난 무게를 지닌다. 혐오적이고 선동적인 레토릭(수사)은 심각한 위험을 낳을 뿐”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은 무례하고 위험한 비디오(동영상)를 즉각 내려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러한 요청에 대해 즉각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펠로시 하원의장의 이러한 성명이 나오기 전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폭스뉴스 및 ABC 방송에 출연해 “틀림없이 대통령은 악의가 있었던 게 아니며 누구에게도 폭력이 가해지길 바랐던 게 아니다”라고 수습을 시도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대통령은 (오마르 하원의원이) 반유대주의적 발언을 계속해온 전례들이 있다는 점에서 명백히 그 여성 하원의원 문제를 짚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11월 중간선거에서 사상 최초로 미 연방의원에 당선된 2명의 무슬림 여성 중 한 명인 오마르 하원의원은 지난 2월 유대인 로비 단체를 비난했다가 ‘반유대주의’ 역풍을 맞고 사과한 바 있다.
/정현정 인턴기자 jnghnji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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