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현지시간) 치러진 핀란드 총선에서 야당인 중도 좌파 성향의 사회민주당이 16년 만에 제1당 자리를 되찾았다.
핀란드 공영방송인 YLE에 따르면 개표가 96% 넘게 진행된 이날 오후 11시 20분 기준 안티 린네(57) 대표가 이끄는 사민당이 17.7%의 득표율로 전체 의석 200석 가운데 40석을 차지하며 제1당의 자리에 올랐다. 지난 2015년 총선(34석)에서 제4당에 머물렀던 사민당은 이번 선거에선 6석을 늘렸다.
반(反)이민’을 내세우고 있는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인 ‘핀란드인당’은 사민당보다 0.2%포인트 적은 17.5%의 표를 얻어 39석을 차지하며 제2당을 지켰다. 또 녹색당은 지난 선거 때보다 5석 많은 20석을 차지하며 원내 영향력을 확대했다.
반면 현 집권 연립여당의 한 축으로 페테리 오르포 대표가 이끄는 국민연합당은 38석(17.0%)을 얻었고, 현 집권세력의 핵심인 중도당은 지난 선거 때보다 18석 적은 31석(13.8%)에 그치며 대패했다.
이원집정부제를 채택하고 있는 핀란드에서 국가원수인 대통령은 국민이 직접 선출하고, 행정부 수반인 총리는 원내 과반을 차지한 정당 또는 연립정당의 대표가 맡는다.
이에 따라 린네 사민당 대표는 연립정부 구성의 주도권을 쥐게 됐으며 다른 2~3개 정당과 연정 협상을 벌여 과반 의석을 확보하면 총리직에 오르게 된다. 린네 대표는 이날 투표를 마친 뒤 핀란드인당과의 많은 정책적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연대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는다고 밝혀 함께 연립정부 구성에 나설지 주목된다.
한편 이번 총선에선 사회복지제도와 이민문제, 기후변화 등이 최대쟁점이었다. 핀란드는 그동안 유럽에서도 앞서가는 사회복지제도를 추진해왔으나 노령인구가 급격히 늘면서 현재의 사회복지제도를 유지하기 위한 재원 마련이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적돼왔다.
연립여당의 핵심이었던 중도당은 최근 몇 년간 악화한 재정적자를 줄이기 위해 교육지원을 감축하고, 실업급여 지급 기준을 엄격히 하는 등 사회복지를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해 국민의 반발을 샀다. 특히 시필레 총리는 지난달 8일 보건복지 업무를 광역지방자치단체에서 기초자치단체로 이관해 정부 지출을 대폭 줄이고 민간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한 보건복지개혁법안이 국회를 통과하지 못하자 사퇴했었다.
반면에 정부의 사회복지 축소에 반대해온 사민당은 세금인상과 정부 지출 확대를 통한 사회복지제도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워 유권자들의 지지를 끌어냈다. 극우 성향의 포퓰리스트 정당인 핀란드인당은 지난 1월 이민자의 소행으로 의심되는 연쇄 성폭력 사건 이후 더 확대된 ‘반(反)이민 정서’에 영향을 받아 제1당 자리를 위협하는 제2당으로 올라섰다. 녹색당의 경우 핀란드 국토의 3분의 1 이상이 북극권에 속해 있어 이번 총선에서 기후변화가 쟁점이 되면서 약진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특히 내달 하순 유럽의회 선거를 앞두고 반이민과 기후변화를 각각 전면에 내세운 핀란드인당과 녹색당이 건재를 과시하거나 약진하면서 유럽의회 선거에서도 상당한 지지를 얻을 가능성을 예고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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