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다음달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 짓기 위해 중국 산업보조금에 대한 문제제기를 자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중장기 산업정책에서 보조금이 핵심 역할을 하는 만큼 이는 미국이 사실상 ‘중국제조 2025’를 묵인하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로이터통신은 14일(현지시간) 미중 무역협상 소식에 밝은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 협상단이 이르면 다음달 중국과의 무역협상을 마무리한다는 목표 때문에 중국의 산업보조금 문제를 언급하지 않고 있다고 보도했다. 대신 외국 기업들에 대한 기술이전 강요 금지와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성 확대, 환율시장 개입 중단 등 중국이 앞서 수용할 의사를 보인 의제에 집중하고 있다고 전했다.
미국은 지난해 중국과의 무역전쟁을 선포하면서 정부 보조금을 중국 산업의 구조적 개선점으로 지목했다. 중국이 10대 핵심산업 육성을 뼈대로 한 ‘중국제조 2025’ 달성을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는데 이것이 미국 산업에 직접적 위협이 될 것으로 봤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은 올 초까지도 세계무역기구(WTO)에 중국의 불법 보조금 지급 관행을 거론하며 중국을 압박해왔다. 미국은 WTO에 중국 보조금 정책과 관련한 70개의 의문점을 전달하고 500가지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며 해결을 요구했다. 특히 WTO가 올해 2월 중국이 WTO에서 규정한 기준을 초과하는 정도의 보조금을 농업 분야에서 지급해왔다는 미국 측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압박 수위는 더 거세졌다. 하지만 최근 들어 분위기가 180도 달라진 것이다.
미국이 협상의 최대 쟁점으로 꼽혀 온 보조금 문제에서 소극적으로 바뀐 것은 중국의 반발 때문이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가 시 주석의 역점사업인데다 국영기업 중심인 중국의 산업구조 상 보조금을 포기할 수 없다며 미국에 맞서왔다. 특히 최근 경제 성장률이 추락하면서 바오류(保六· 6% 이상 경제성장률 유지)에 경고등이 켜진 상황에서 보조금마저 양보할 경우 시 주석의 체면이 서지 않는다는 정치적 전략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올해 초 중국은 미국에 시장을 왜곡하는 산업보조금 지급 관행을 끝내겠다고 밝혔으나 구체적인 이행방식은 여전히 알려지지 않은 상태다. 다른 소식통은 로이터에 “합의문에는 산업보조금에 대한 문구가 없는 게 아니지만 아주 구체적이거나 자세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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