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사회적 대화 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공익위원들이 15일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 비준을 위해 단체협약 유효기간을 연장하고 파업 시 사업장 점거를 규제하는 등의 권고안을 냈다. ILO 협약 비준을 위한 노사정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자 경영계의 요구사항을 일부 수용한 것이다. 하지만 노사 모두 반발이 크고 경영계는 아예 권고안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되레 노동계를 중심으로 협약을 먼저 비준하고 법 개정은 나중에 하자는 주장이 더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경사노위 산하 노사관계제도·관행개선위원회는 이날 경사노위 대회의실에서 브리핑을 열어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공익위원 의견(권고안)을 발표했다. 위원회는 이를 끝으로 관련 논의를 마무리하고 경사노위 운영위에 권고안을 제출한다. 앞으로 이를 준거로 삼아 노사정 부대표급 혹은 대표급 추가 협상이 진행되기를 바라는 취지라는 게 위원회 측 설명이다.
권고안은 지난해 발표한 단결권 관련 조항에 단체교섭·쟁의행위제도 개선을 위한 권고를 추가했다. 여기에는 올 초 경영계가 요구했던 5가지 사항 중 일부가 반영됐다. 우선 현행 2년인 단협 유효기간의 상한선을 3년으로 연장할 것과 파업 시 벌어지는 사업장 점거를 국제노동기준에 부합하는 수준으로 규제하기를 권고했다. 경영계의 주요 요구사항인 파업 시 대체근로 허용에 대해서는 국제노동기준·헌법의 취지를 고려해 현행 유지를 권고했다. 부당노동행위 처벌 폐지 요구는 부당노동행위 구제제도의 실효성 제고와 함께 업무방해죄 등 법에 규정된 전체적인 형사처벌제도 정비라는 관점에서 추가 검토를 제안했다.
경사노위 공익위원들이 나름의 중재안을 냈지만 노사정 추가 협상의 장이 만들어질지는 의문이다. 공익위원 권고안 중 단결권 관련 사안만으로 비준을 요구했던 노동계나 부당노동행위 처벌 조항 삭제 및 대체근로 허용을 요구해온 경영계 모두가 크게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이날 공익위원 권고안에 대한 입장문을 통해 “실체적으로 인정하기 어렵다”며 “ILO 핵심협약 비준은 대체근로 허용, 부당노동행위제도 개선과 반드시 연계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도 “권고안이 경영 방어권 보장 사항을 포함하지 않아 노사 간 입장을 객관적·종합적으로 반영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한국노총은 “권고안을 인정할 수 없으며 핵심협약 비준과 법제 개선은 거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민주노총도 성명을 통해 “공익위원 권고안은 국제노동기준에 한참 미달하는 의견”이라며 “경사노위 공익위원이 노사 타협을 요구하거나 입법 조치를 핑계로 비준을 미룰 사항이 아니다”라고 했다.
/박준호기자 violato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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