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지도자들의 우려처럼 한일관계는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위안부 합의 파기에 이어 대법원의 일제 강제징용 배상 판결, 독도 영유권, 초계기 마찰 등이 맞물리면서 갈수록 꼬이고 있다. 특히 징용 배상 문제는 피해자 규모가 14만여명이나 되는데다 범위가 방대해 폭발력이 크다. 이미 신일철주금과 미쓰비시중공업 등의 보유 주식·채권·특허권 등에 대한 강제징용 관련 압류 결정이 법원에서 내려졌다. 정부가 압류를 강행하면 양국 간에 보복의 악순환이 일어날 것임은 불을 보듯 뻔하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한국이 일본 기업의 자산을 압류할 경우 관세와 송금 정지, 비자발급 정지 등 여러 보복조치를 위협한 바 있다.
정부는 앙숙인 중국과 일본이 역사 갈등 속에서도 경제협력에 나서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중국은 최근 일본산 쇠고기의 중국 수출길을 열어줬고 일본은 26~27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일대일로 포럼에 대표단을 보내기로 했다. 갈등 속에서도 실리를 챙기는 모습이다.
글로벌 경기가 침체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북한 비핵화를 위한 협상도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양국 간 협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더 이상 일본과의 관계가 나빠지면 경제와 안보 모두에서 도움이 안 된다. 정부는 “한일관계가 좋았을 때 우리 경제도 좋았다”는 허창수 전경련 회장의 말을 곱씹어볼 필요가 있다. 6월 오사카에서 열릴 주요20개국(G20) 회의를 한일관계 개선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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