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보라매병원·서울여성병원 공동연구팀(박중신·김원·이승미·구자남)이 쌍둥이를 뺀 단태아 임신부 608명을 조사한 결과다.
임신 10~14주에 초음파검사 등을 했더니 18.4%(112명)가 비알코올성 지방간, 임신 24~28주에 608명 중 5.9%(36명)가 임신성 당뇨로 진단됐다. 지방간 임신부의 임신성 당뇨 발병률은 52.8%로 지방간이 아닌 임신부 발병률(3.2%)의 16.5배였다.
우리나라 성인 3명 중 1명은 간에 지방이 5% 이상 쌓인 지방간 질환자다. 대부분은 비만·당뇨병·고지혈증 등 다른 질환과 관련된 비알코올성 지방간이다. 서구형 식습관과 비만, 간 질환 가족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임신을 하면 태아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에 의해 인슐린 기능이 떨어진다. 그래서 당뇨병이 없던 임신부의 5~10%에서 임신 20주 이후에 혈당 조절이 안 되는 임신성 당뇨가 발생해 임신부 비만과 출산 후 당뇨병 발병, 거대아 출산 위험이 높아진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으면 인슐린 저항성을 개선하는 아디포넥틴, 항산화 작용을 하는 셀레노 단백질이 정상적으로 분비되지 않아 대사 기능장애를 일으킨다. 임신성 당뇨 여성의 임신 초기 아디포넥틴 평균 농도(1.95㎍/㎖)는 정상 임신부의 3분의1, 셀레노 단백질 농도(10㎍/㎖)는 1.7배 수준이었다. 연령, 허리둘레, 혈압, 인슐린 저항성 수준의 차이를 보정했더니 아디포넥틴과 셀레노 단백질 농도는 임신성 당뇨 위험을 4~5배까지 높이는 요인이었다.
임신성 당뇨 여성은 정상 임신부에 비해 임신 초기 공복혈당·혈압 등이 높고 허리둘레가 더 컸다. 거대 신생아 출산율도 높았다.
박중신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임신성 당뇨 위험을 높이기 때문에 임신 초기(10∼14주)에 아디포넥틴과 셀레노 단백질을 측정하는 간단한 혈액검사를 받는 게 발병 위험 예측에 도움이 된다”며 “비알코올성 지방간이 있다면 임신 전후 식단관리 등을 통해 비만해지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당뇨병학(Diabetologia)’에 발표됐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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