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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장의 숨은 적 '대사성 산증' 아시나요

분당서울대병원 입원환자 25%

산성노폐물 쌓이는 '대사성 산증'

급성 콩팥손상 위험 1.5배 높아

90일 이내 사망률도 1.3배 ↑

외래환자에겐 건보 적용 안돼

혈중 CO2 함량 검사 못받아

뒤늦게 치료받는 환자 수두룩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가 신장투석을 받고 있는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링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분당서울대병원




콩팥(신장)은 우리 몸이 중성 상태로 잘 유지될 수 있도록 산과 염기의 균형을 조절한다. 단백질을 섭취하면 대사산물로 산성 노폐물이 쌓이는데 콩팥이 이를 배설한다. 반대로 알칼리를 재생산·재흡수해 일정하게 유지한다.

하지만 산성 노폐물이 많이 쌓이거나 알칼리 재흡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으면, 다시 말해 우리 몸이 산성화되면 몸속에 쌓여 콩팥의 기능이 서서히 나빠진다. ‘대사성 산증(酸症)’이라고 하는데 입원환자 등에게 흔하지만 다른 질환 때문에 입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낯선 이름이다. 입원 후 2일 안에 혈중 중탄산염 또는 총 이산화탄소(CO₂) 함량이 22mmol/L 미만이면 대사성 산증으로 진단한다. 좀 더 나빠지면 만성 또는 급성 콩팥손상(신부전)으로 악화한다.

김세중 분당서울대병원 신장내과 교수팀이 지난 2013년 병원에 입원한 전체 환자 중 1만7,320명의 자료를 분석했더니 입원 시점에 대사성 산증이 있는 환자는 25%(4,488명)였다. 이들은 대사성 산증이 없는 입원환자에 비해 급성 콩팥손상 발생 위험이 1.57배 높았다. 산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급성 콩팥손상 발생 위험도 증가했다.

대사성 산증 환자는 사망 위험도 높았다. 대사성 산증이 없는 입원환자와 비교해 90일 사망률과 1년 사망률이 1.3배 높았다. 대사성 산증의 정도가 심할수록 사망률은 증가했다. 대사성 산증과 급성 콩팥손상을 동반한 입원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에 비해 사망 위험이 최대 15배 이상 높았다.

김 교수는 “콩팥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산·염기 조절에 이상이 생기면 급성 콩팥손상 위험이 증가할 뿐 아니라 환자의 사망 위험까지 높아지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콩팥 기능과 관련된 다양한 이상신호를 종합하면 환자의 예후나 사망 위험을 미리 확인하고 보다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반인이 콩팥 기능이 나빠졌는지를 알기 위해 중탄산염 또는 총 CO₂ 함량을 알아보기 위한 혈액검사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두 수치는 비슷하지만 검사법은 중탄산염의 경우 동맥혈가스분석 검사로, 총 CO₂ 함량은 간단한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동맥혈가스분석은 검사의 난도가 높고 환자가 아파하기 때문에 입원환자에게 제한적으로 시행한다.

김 교수는 “이런 검사를 받으면 콩팥 기능이 나쁜지, 예후가 어떨지 대략 알 수 있지만 외래환자에게 혈중 총 CO₂ 함량 검사를 한 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급여 지급을 청구하면 대부분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입원환자가 아니면 웬만해서는 할 수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민건강검진에 이 검사항목을 추가하면 콩팥병이 악화된 뒤 큰 비용을 치르는 걸 상당 부분 막을 수 있을 텐데 안타깝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는 “체내에 산성 유발 물질이 과도하게 축적되면 급성 콩팥손상은 물론 사망 위험까지 높아지므로 콩팥병 고위험군만이라도 외래진료 때 혈중 총 CO₂ 함량 검사를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며 “산증이 있으면 먹는 약으로 알칼리 치료를 꾸준히 하면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는데 검사율이 낮다 보니 콩팥병을 키우는 경우가 많다”고 안타까워했다.

급성 콩팥손상은 콩팥 기능이 짧은 시간 안에 급격히 나빠지는 경우다. 콩팥 기능이 양호한 사람의 혈청 크레아티닌은 0.7~1.4㎎/㎗ 안팎이다. 콩팥 기능에 이상이 생겨 이 수치가 0.3㎎/㎗ 이상으로 치솟거나 1.5배 이상 증가한 경우, 하루 소변 양이 500㏄ 미만으로 줄어들면 급성 콩팥손상으로 진단한다. 전체 입원환자의 5~10%에서 발생하는 흔한 질환이다.

급성 콩팥손상으로 콩팥이 제 기능을 못하면 노폐물이 배설되지 않고 몸 안에 쌓이고 소변 양 감소, 부종 등을 초래한다. 그래서 급성 콩팥손상을 조기에 발견·치료해야 한다. 치료 시기를 놓치면 비가역적으로 진행돼 투석·사망 위험을 높이는 위험한 질환이다. 급성 콩팥손상은 감염증, 심뇌혈관 질환, 간 질환, 수술, 종양 등 다양한 기저질환뿐 아니라 이를 치료하는 약물에 의해서도 발생할 수 있으므로 입원환자의 경우 주의 깊게 관찰해야 한다.



한편 콩팥 기능이 떨어져 소변에서 단백질의 배설량이 증가하거나 노폐물을 제거하는 사구체여과율이 60 이하(정상은 90 이상)로 떨어진 상태를 만성 콩팥병이라고 한다. 성인 100명당 5명에게서 발생하는데 고혈압, 빈혈, 심혈관 질환 등 합병증 빈도가 높아 일반 인구에 비해 사망률이 10배 이상 높다. 고혈당·고혈압과 사구체신염이 3대 원인으로 꼽힌다.

당뇨병은 만성 콩팥병 발병 원인의 50%를 차지해 가장 주의해야 한다. 콩팥 기능이 서서히 감소해 90% 이상 떨어진 말기 콩팥손상, 즉 기능부전(신부전)으로 진행되면 혈액·복막투석이나 콩팥이식 등 콩팥 대체치료를 받게 된다. 혈액투석은 병원에서 주 2~3회 받아야 하고 복막투석은 하루 4회 투석액을 교환한다.

만성 콩팥병 초기에는 증상이 거의 없거나 미미하다. 그래서 증상이 심해져 병원을 방문했다가 말기 신부전이라는 진단을 받기도 한다. 양철우 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장기이식센터장(신장내과 교수)은 “당뇨병·고혈압이 있거나 비만한 사람, 흡연자, 50세 이상, 콩팥 질환 경력자, 가족 중 당뇨병·고혈압·콩팥 질환이 있었다면 정기적으로 혈액·소변검사 등을 통해 병을 조기에 발견해 적절한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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