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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입마개 어디까지 의무화해야 하나" 논쟁 재점화

입마개 착용 의무화된 5종 맹견 외 대형견도 입마개 필요 주장

부산 해운대 남성 문 개도 맹견 해당하지 않아

"모든 개를 잠재적 범죄견 취급하는 셈" 반론도

최근 연이어 발생한 개물림 사고의 여파로 입마개를 의무화하는 애견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반려견에 물려 병원 치료를 받은 환자는 6,883명이다. 매년 2,000명 이상이 개 물림 사고를 겪고 있다는 소리다. 지난 10일 경기도 안성에서 사육장을 뛰쳐나온 맹견에 60대 여성이 물려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으며, 12일 부산 해운대구 좌동에선 한 남성이 이웃이 기르는 대형견으로부터 중요 부위를 물리는 사건이 일어났다.

올해 강화된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의해 5종 맹견(도사견, 아메리칸 핏불테리어, 아메리카 스태퍼드셔테리어, 스태퍼드셔 불테리어, 로드 와일러)은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됐다. 그러나 이번 해운대구 사고 견종인 올드잉글리시쉽독은 맹견에 해당하지 않아 입마개를 착용하고 있지 않았다. 이 사건으로 성격이 순한 애견이라도 순간적으로 사람을 공격할 수 있다는 정황이 드러나며 입마개 의무화 견종을 맹견에서 대형견 전체 등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정부는 지난해 1월 18일,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에서 반려견을 위험도에 따라 맹견, 관리대상견, 반려견으로 구분하고 관리대상견에 한해 건물 내 협소한 공간이나 보행로에서 입마개 착용을 의무화하는 시행령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전문가의 평가를 거쳐 공격성이 높지 않고 소유자가 안전하게 통제 가능하다고 판단된 경우에 한해 예외를 뒀다. 이에 따라 체고(어깨까지의 높이) 40cm 이상 관리대상견에겐 입마개 착용이 의무화되고 목줄 길이도 2m 이내로 하는 법 개정이 추진됐으나, 동물보호단체와 반려인들의 반발에 의해 무산됐다.

시중에서 판매중인 오리 부리 모양의 애견 입마개/G마켓




법 개정 추진 당시 입마개 의무화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린 적도 있다. 시위에 참석한 이들은 입마개가 의무화되면 반려견들이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고, 순한 대형견들까지 모두 잠재적 위협으로 여겨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입마개는 개에 대한 혐오감을 증폭시키며, 모든 개를 잠재적 범죄견 취급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반려견의 신체적 구조를 고려하지 않고 무작정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반려견에게 위험할 수 있다. 강아지는 혀를 헐떡거려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입을 벌리지 못하도록 압박하는 구조의 입마개는 고통스러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이학범 수의사는 반려견에게 입을 벌릴 수 없도록 고안된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사람에게 “입을 틀어막고 100m 달리기를 시키는 격”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 2018년 3월 4일 동물권단체 케어 회원들이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옆 광장에서 체고 40㎝이상 반려견 입마개 의무화 방침에 반대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연합뉴스


한편 견종에 상관없이 더 적극적인 반려견 입마개 착용이 필요하다는 전문가 의견도 있다. 강형욱 반려견 행동전문가는 보듬컴퍼니 블로그에 “위협적인 반려견에게 입마개를 채우는 것은 학대가 아니라 사고를 예방하고 교육을 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면서 “물고 싶어 하는 반려견에게 물 수 있게 하는 것은 교육도 친절도 아닌 방임이며, 누구도 물려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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