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상은 부산 지역 시민단체가 임의로 설치한 불법 조각상으로 부산시는 12일 행정대집행을 통해 적법하게 철거했다. 하지만 민주노총 등은 ‘철거는 친일행위’라는 주장을 하며 15일부터 부산시청 청사 로비를 점거하고 농성을 벌여왔다. 이런 불법에 대해 경찰에 강제퇴거를 요청하고 고발하는 게 부산시의 당연한 책무다. 그런데도 오 시장은 부산시의회의 중재를 수용한다면서 민주노총의 억지 요구를 사실상 다 들어줬다. “민주노총에 백기를 들었다” “정치만 생각하고 법치를 아예 포기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무엇보다 시청 불법 점거 시위대가 합의문 발표 후 “이번 투쟁의 경험과 계획을 잘 분석하면 많은 것을 얻을 수 있겠다”는 평가를 했다니 기가 막힌다. 떼를 쓰면 불법도 무마된다는 ‘떼법 만능주의’를 부산시가 부추긴 것이나 다름없다. 그렇잖아도 현 정부 들어 민주노총을 비롯한 강성 노조의 안하무인은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을 정도다. 이들에게 법과 공권력은 아무런 권위도 없는 존재가 돼버렸다.
이달 초 국회 담장을 부순 뒤 난입하고 경찰에게 폭력을 휘두른 김명환 위원장 등 민주노총 관계자들은 19일로 예정된 경찰의 2차 소환에도 불응할 태세다. 이런 상황에서 부산시마저 판을 깔아줬으니 앞으로 얼마나 기고만장할지 걱정스럽다. 정부·지자체가 적법한 행정력을 행사하지 않은 채 불법을 방치하고 조장한다면 존재 이유를 의심받을 수밖에 없다. 떼법에 엄정 대응해 법질서와 공권력을 바로 세우는 게 정부의 책무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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