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올 하반기부터 ‘민간 차량 2부제’를 시행하려고 한다. 고농도 비상저감조치가 3일 연속 내려질 경우 서울시 전역에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가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면 시도해볼 수도 있다. 하지만 시민의 불편과 경제적 피해만 야기할 것이 뻔하다. 고농도 미세먼지 현상은 중국발 편서풍이 불거나 한반도 상공에서 대기 정체가 나타날 때 발생하며 차량 배출 기여도는 높지 않기 때문이다. 고농도는 주로 겨울에 발생하는데 중국뿐 아니라 국내 난방도 주요 원인으로 작용한다.
자동차는 광화학 스모그 발생이 심한 곳에서 주요 관리 대상이다. 지난해 1월 서울시가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기 위해 ‘공짜 대중교통’에 단 3일 동안 150억원을 썼지만 효과는 없었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이 거세지자 서울시는 경기도와 인천시가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핑계를 댔다. 실패 원인도 밝히지 않고 비슷한 정책을 또 시도하려는 것이다.
겨울철 고농도 미세먼지는 난방을 집중 관리해야 한다. 해외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과거 겨울철에 심각한 대기오염을 보였던 영국 런던은 난방연료를 바꿔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1952년 4,000여명이 사망하는 최악의 재난을 겪은 후 석탄을 비롯한 모든 고체연료의 사용을 점차 줄이다 지금은 완전히 중단했다. 최근에는 석유 사용도 중단하고 에너지원의 대부분을 가스와 전기로 하고 있다.
미국 뉴욕 역시 난방 관리로 대기 질을 개선했다. 특히 지난 2008년 마이클 블룸버그 시장의 그린빌딩 정책이 성공하면서 지금은 세계 대도시 중 가장 맑은 공기를 가진 도시로 탈바꿈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뉴욕, 로스앤젤레스(LA), 런던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각각 16·20·22㎍/㎥, 초미세먼지는 9·11·15㎍/㎥로 세계 대도시 중 최저 수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서울시의 월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1월과 2월이 7월과 8월의 두 배가 넘는다. 가장 큰 미세먼지 발생원은 건물 난방과 파워플랜트로 39%나 차지한다. 재래식 난방을 하는 오래된 건물이 즐비하고 무연탄 사용 가구가 시내에만 5,000가구가 넘는다. 시 외곽 그린벨트에 산재해 있는 비닐하우스는 부실한 단열로 많은 무연탄을 태우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통계연보를 보면 서울시는 무연탄 8만7,000toe(석유환산톤·석유 1톤 연소시 발생하는 에너지), 인천시는 무연탄과 유연탄을 각각 2,000toe와 4만3,000toe, 경기도는 3만8,000toe와 28만toe 소비한다. 이는 수도권에서 여전히 많은 양의 석탄을 태운다는 것을 말해준다. 대부분 저감장치 없는 개방연소를 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배출량이 매우 많다. 개방연소 석탄은 천연가스보다 4,000배나 많은 초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등유와 중유 사용은 서울이 각각 6만7,000toe와 17만7,000toe, 인천은 6만5,000toe와 51만7,000toe, 경기는 39만8,000toe와 59만8,000toe나 된다. 지난해 환경부가 미세먼지 저감 대책을 발표하면서 저녹스(Low-NOx) 석유 보일러 지원책을 내놓았지만 여전히 많은 양의 미세먼지가 등유와 중유 연소로 배출될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정부는 고농도 미세먼지를 중국 탓이라고 했다. 그러다 지난해 난데없이 ‘공짜 대중교통’으로 차량 배출가스를 줄이려다 실패했다. 고농도가 겨울에 발생하고 수도권에서 재래식 난방시설로 고체 및 액체 연료가 상당량 연소되는 현실에서 민간 차량 2부제는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 복잡한 대중교통으로 시민의 불편만 가중되고 경제활동에도 심각한 영향을 줄 것이다.
고농도 현상이 예보될 경우에는 배출량을 줄이는 ‘대기공학적 접근’보다 건강 피해를 최소화하는 ‘환경보건학적 접근’을 시도해야 한다. 노약자, 호흡기 또는 심혈관 질환자, 임산부·어린이 등과 같은 민감 계층에는 외출 금지나 야외활동 자제를 경고하고 마스크 착용, 연월차 휴무, 휴교, 재택근무 등을 권장해야 한다. 겨울철 난방을 가스나 전기로 교체할 수 있는 정책도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선진 대도시처럼 도로와 빌딩 청소, 조경수 관리, 공원 숲 조성, 노후차량 진입 금지 등으로 깨끗한 환경도시를 만들어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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