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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추경보다 본예산 효율이 먼저다

박상근 세무회계연구소 대표

정부 IMF권고 중 추경만 공론화

본예산 인기 영합주의에 낭비

'세금 퍼붓기'론 경제 미래 없어

노동개혁·규제 완화 가장 시급





정부와의 정책 협의차 내한한 국제통화기금(IMF) 경제협의단이 지난달 한국에 “한국 경제는 중단기적 역풍을 맞고 있어 정책적 조치가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IMF가 지적한 한국 경제의 위험 요인은 크게 여덟 가지다. 투자·교역 감소와 일자리 창출 부진, 가계부채 증가, 잠재성장률 둔화, 저출산·고령화, 생산성 둔화, 양극화 그리고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 등이다. 한국 경제가 그야말로 총체적 중병에 걸려 있다는 것이다.

IMF 협의단은 “모든 상황을 고려하면 한국 경제는 성장이 둔화하고 있다”며 “지금이야말로 정부가 성장을 지원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이에 IMF는 경기 부양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한국은행의 금융 완화와 금리 인하, 성장 지원을 위한 규제 완화, ‘유연안전성(flexicurity)’을 전제로 한 노동개혁 등 네 가지를 해법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정부는 IMF의 권고 중 정작 중요한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는 제쳐두고 나랏돈을 푸는 추경만 공론화했다. 하지만 올해 본예산이 사상 최대인 470조원에 달하고 인기영합주의 정책으로 곳곳에서 예산이 낭비되고 있으며 재정적자와 국가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은 외면됐다.

우리 재정 현실을 감안할 때 추경은 신중해야 한다. 정부는 지난 1월 4대강 사업비와 맞먹는 24조원의 재정이 투입되는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대상 23개 사업을 발표했다. 이 중 일부 사업은 국가재정법상 이미 부적격 판정을 받았고 나머지도 예타 대상이면서 그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사업의 타당성이 검증되지 않은 곳에 나눠먹기식으로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는 행태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올해 우리나라의 복지예산은 162조2,000억원, 총예산의 3분의1을 넘는 수준이다.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2017년 결산검토 보고서에서 ‘맞춤형 복지사업 추진 과정에서 69조3,000억원의 현금 급여를 집행했다’며 ‘부정 수급이나 과오납 발생이 여전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정부가 예산 누수를 방지하면 추경 없이 ‘미세먼지’ 대책에 필요한 예산을 마련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내용이다.

지난달 고용동향에 따르면 청년 체감실업률은 25.1%로 관련 통계가 작성된 이후 최악을 기록했다. 여기에 우리 사회의 중추 세대인 30~40대 취업자는 2017년 10월부터 18개월 연속 감소했다. 세금으로 만드는 노인 공공알바는 넘쳐나는데 기업이 만들어내야 할 양질의 제조업 일자리는 계속 줄고 있다. 공무원을 늘리고 나랏돈을 퍼붓는 정부주도 일자리정책으로는 청장년들의 일자리 고통을 해결하지 못한다. 정부가 2차례의 추경 15조원을 포함해 2년간 54조원을 일자리 예산에 퍼부은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이렇게 예산을 낭비하면서 또 일자리 추경을 한다면 어느 국민인들 납득할 수 있을까.

정부는 IMF가 경고한 우리 경제의 위험 요인을 구조조정과 규제 완화, 노동시장 개혁 등의 정공법으로 풀어야 한다. 임시방편적 ‘세금 퍼붓기’로 이에 대응한다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없다. 본예산을 효율적으로 집행해 추경 편성 이상의 성과를 내는 것이 먼저다. 이것이 재정 집행의 정도이고 세금을 내준 국민에 대한 도리다.

정책 패러다임도 ‘친시장·친기업’으로 바꿔야 한다. 정부가 세금과 규제로 기업을 옥죄면 기업은 투자와 고용을 줄이며 버티다가 종국에는 한국을 떠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민간이 자율과 창의를 바탕으로 마음껏 뛸 수 있는 기업 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이래야 기업의 활력이 살아나고 투자가 늘어 성장과 일자리가 창출되는 경제의 선순환구조를 이룰 수 있다. 기업을 신명 나게 하는 정책, 여기에 우리 경제의 명운이 달렸다. 지금 시급한 과제는 국민 부담을 늘리는 추경이 아니라 노동개혁과 규제 완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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