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 일변도인 관광정책의 기조를 확 바꿔야 합니다.”
최근 서울 중구 한국관광공사에서 열린 박양우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 관광업계 간의 간담회 자리. 카지노관광협회의 한 관계자 목소리에는 절박함이 묻어났다. 일본·동남아시아 등 다른 아시아 경쟁 국가처럼 한국도 내국인 출입 카지노를 허용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발언자가 용기를 내자 더 노골적인 호소가 이어졌다. 호텔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는 ‘관광 홀대론(論)’이라는 말이 그만 나오도록 적극 나서달라”며 직언했다.
물론 내국인 카지노 허가는 일자리 창출이나 해외 관광객 유치 등의 효과에도 사행심 조장, 강원 지역 반발 등의 문제로 인해 쉽게 결단을 내릴 수 없는 사안이다. 하지만 지금 관광업계는 내국인 카지노 허용 자체를 떠나 현 정부가 여러 규제완화 요구를 자기 밥그릇 챙기기쯤으로 치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의심하고 있다. 실제 현 정부 들어 국가관광전략회의는 대통령이 아닌 총리 주재로 격하됐고 청와대 관광진흥비서관 자리는 아예 사라졌다. 일각에서는 관광 분야가 돌연 적폐로 내몰리면서 일부러 관심을 두지 않는 게 아니냐는 자조까지 나온다.
정부도 이달 초 ‘관광혁신 전략’을 내놓기는 했다. 하지만 ‘2023년까지 연간 해외 관광객 2,300만명 유치’ ‘신규 일자리 96만개 창출’ 등 ‘뜬구름 잡기’ 식의 급조한 냄새가 짙다. 더구나 비무장지대(DMZ)를 ‘평화 관광지’로 육성, 저소득층 문화누리카드 지원금 확대 등은 관광을 산업이 아닌 복지나 통일 대책의 하나로 바라보는 게 아닌가 의심스럽다.
다행히도 박 장관은 업계와의 간담회에서 과감한 규제완화와 혁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관계 부처와의 조율이나 국회 문턱 통과 등은 물론 이해관계자가 엇갈리는 문제는 사회적 동의까지 얻어야 한다. 모두가 만만치 않은 일이다. 관광산업 규제완화는 10여년간 한걸음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 선진화 작업과 맞물리기 때문이다. 사실 장관 수명이 길어야 2년 남짓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박 장관에게 허락된 시간은 그리 넉넉하지 않다. 지금부터 서둘러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장관직에서 물러날 때 “결국 바뀐 건 하나도 없다”는 업계의 한숨만 쏟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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