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19일 경남 진주시 한 아파트의 ‘묻지마 칼부림’ 피의자 안인득(42)의 얼굴을 공개했다.
이날 오후2시 안씨는 흉기 난동 당시 다친 손 치료차 병원을 가기 위해 경남 진주경찰서를 나서면서 중앙 현관 포토라인에서 얼굴을 꼿꼿이 들고 취재진의 질문에 억울하다는 듯 답했다. 이날 삭발한 머리로 모습을 드러낸 안씨는 전날 오전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받으러 갈 때와 달리 마스크와 모자를 착용하지 않아 맨얼굴이 그대로 드러났다. 안씨는 줄무늬 티셔츠에 짙은 남색 카디건과 트레이닝복 바지를 입고 슬리퍼를 신는 등 가벼운 옷차림으로 취재진 앞에 섰다. 유족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는 별다른 반성의 태도 없이 기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저도 10년 동안 불이익을 당해 하소연을 했다”며 “하소연을 해도 경찰이나 국가로부터 제대로 도움을 받지 못해 화가 날 대로 났다”고 말했다. 이어 “진주시 부정부패가 심하다”며 “여기에 하루가 멀다고 당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 제대로 조사해달라. 아파트 내에, 우리가 사는 주공3차 아파트 내에 완전 미친 정신 나간 것들 수두룩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여성 등 특정인을 목표로 범행을 저질렀느냐고 묻자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했으며 억울한 점이 있느냐는 물음에 “억울한 부분도 있지만 잘못에 대해서는 처벌받겠다”고 짧게 답했다. 계획범죄 여부에 대해서는 “준비가 아니라 불이익을 당하다 보면 화가 나서”라고 부인했다. 이날 경찰서 앞에 안씨의 얼굴을 보기 위해 모여든 30여명의 시민들은 “××놈아 왜 죄 없는 사람들을 죽였냐” “저 ×× 사형을 시켜라” 등 고함을 지르기도 했다.
앞서 이날 장례식을 치르기로 한 희생자 유족들은 국가기관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며 장례 일정을 잠정 연기했다. 이날 오전8시30분 희생자 5명 중 황모(75)씨와 이모(57)씨, 최모(19)양 발인이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유족 측이 발인을 한 시간쯤 남기고 장례식장에 “발인을 연기하겠다”고 통보했다.
유족 측은 “이번 사건이 국가적 인재(人災)로 발생한 점을 국가가 인정하고 국가기관이 공식 사과해야 한다”며 “공식적인 사과를 받기 전까지 발인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합동분향소에서 만난 시민 최모(56)씨는 “두 번 다시는 이런 끔찍한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국가기관의 확실한 대응과 향후 재발 방지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라며 “유족들이 국가를 얼마나 원망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진주=황상욱기자 sook@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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