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길이 사제복을 입지 않았을 때 그는 ‘비담’에 지나지 않았다. 사제복을 입고 등장했을 때 그는 시청자에게로 와서 ‘김해일’이 되었다.
유쾌 상쾌 통쾌한 매력과 독창적인 캐릭터로 사랑받아온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가 마지막회만을 남겨두고 있다. 분노조절장애 신부의 마지막 혈투를 앞두고 시청자들은 폭발적인 반응을 응원을 보내며 시청률은 또 20%(닐슨코리아/전국)를 넘어섰다.
이영준(정동환) 신부 사망사건의 진실을 알게 되고, 한성규(전성우) 신부를 잃을 위기에 처한 김해일(김남길)은 수도회에 탈퇴서를 내고 복수를 위해 이중권(김민재) 앞에 섰다. 수십명의 패거리가 그를 둘러쌌고, 김인경(백지원) 수녀는 인질로 잡혔다.
“여기, 지옥가는 여권.”
지금까지 드라마를 지켜본 시청자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한마디였다. 이야기를 크게 꼬아놓은 작품이 아닌 만큼 마지막회는 김남길을 앞세운 화려한 액션, 그리고 모든 이들과의 이별 혹은 마음의 평화를 되찾는 여정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크다.
‘열혈사제’는 누가 봐도 이해하기 쉬운 구조의 작품이다. 평화로운 구담시에 사악한 무리들이 욕심을 내 신부를 죽이고, 그를 아버지처럼 모시던 전직 국정원 요원 신부가 복수에 나선다는. 과정과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보다 ‘사악한 무리들’을 하나씩 각개격파 하며 통쾌한 매력을 연신 뿜어냈다.
이 단순한 구조를 뒷받침하는 것은 독특하고 다양한 캐릭터들이었다. 분노조절장애 김해일 신부와 소시오패스 박경선(이하늬) 검사, 바보형사 구대영(김성균)과 힙합형사 서승아(금새록)까지 수사진부터 심상치 않았다. 그러더니 분위기가 끊어질 즈음마다 조연 캐릭터 한명 한명씩의 비밀을 공개하며 예상치 못한 재미를 전달했다.
배부르면 잘 들리는 요한(고규필), 최고의 타짜 ‘구미호보다 꼬리 하나가 많은’ 십미호였던 김인경(백지원) 수녀, 설마 했는데 진짜였던 ‘왕을 지키는 호랑이’ 무에타이 고수 쏭삭(안창환)까지 ‘구담 어벤져스’들의 활약은 작품의 재미는 물론 배우 개개인의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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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나쁜 조폭 두목인데 나쁜 것만 같지는 않은 황철범(고준), 악역인데 뭔가 짠했던 ‘롱드’ 장룡(음문석) 등 악역들까지 단순한 캐릭터로 만들지 않음으로써 인물 하나하나의 매력을 살렸다. 덕분에 설사가 하트로 퍼지는 장면이나 장룡이 쏭삭에게 ‘친구’라 말하는 장면 등이 시청자에게 쉽게 받아들여질 수 있었다.
주인공 김남길은 웃음과 카리스마 다 되는 자신의 매력을 충분히 발휘했다. 덕분에 코믹으로 너무 기우는 것 아닌가 하는 시점마다 수려한 액션과 카리스마로 중심을 잡았다. 특히 19일 방송에서 웃음기를 싹 지운 모습은 한편의 액션영화를 보는 듯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마치 영화 ‘아저씨’의 드라마 버전같은.
작품은 참신하고 재미있다면 굳이 머리 아프지 않아도, 눈물 쏟지 않아도, 닳고 닳은 클리셰(뻔한 설정) 없이도 충분히 매력적일 수 있다는 것을 다시금 보여줬다. ‘SKY캐슬’이 보여준 금토드라마의 성공 가능성을 확실하게 증명하며 월화, 수목에 이어지는 금토드라마의 외연 확대에도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가볍게 말해 ‘극한직업’인줄 알았는데 ‘아저씨’로 마무리되고 있는 ‘열혈사제’의 끝은 권선징악으로 마무리될 가능성이 절대적이다. 결말이 눈에 훤하게 드러나도 괜찮다. 긴장감을 넘어서는 재미가 충분하니까. 다만 아쉬운건 ‘구담 어벤져스’와도 작별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것 뿐.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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