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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동 야단법석] 체포되면 국선변호…형사공공변호인제도 둘러싼 '동상이몽'

변협·한법협 "공단 운영하면 공정변론 문제생겨"

"중범죄자보다 범죄피해자 우선지원해야" 주장도

"기소되면 99% 유죄…수사단계서 변호해야" 갑론을박

정부 내달 공청회 열고 각계 의견 수렴할듯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인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을 앞두고 법조계에서는 미묘한 신경전이 벌어지고 있다. 운영주체를 정부안처럼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으로 할지, 변호사들이 직접 운영하게 할지를 두고 이견이 나온다.

형사공공변호인 제도가 시행되면 그간 기소돼 재판을 받는 피고인에게 제공되던 국선변호 혜택이 수사단계에 있는 피의자에까지 확대된다.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단기 3년 이상의 징역에 해당하는 중죄로 체포된 피의자를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재심으로 17년 만에 무죄가 난 ‘삼례 나라슈퍼’ 사건처럼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제대로 보장되지 않으면 인권 침해가 발생할 소지를 없애기 힘들다는 지적에서다. 법무부는 형사공공변호인제 도입을 위해 지난 3월29일 법률구조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한 데 이어 4월 중 형사소송법 개정안도 입법예고할 계획이다.

공공형사변호인제도 체계도/사진제공=법무부


문제는 이 제도의 운영권을 둘러싼 정부와 변호사계의 ‘동상이몽’이다. 정부가 공개한 법률구조법 개정안은 법무부 산하 법률구조공단을 운영주체로 정하고 있다. 공단이 피의자 국선변호인을 매년 선발하고, 체포 통지를 받으면 변호인을 선정해 수사기관과 피의자에게 고지한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이찬희·변협)는 지난해 10월 형사공공변호인 제도 도입방안 초안이 나오자 즉각 반대의견을 표명했다. △공공부문 법률시장의 비대화 △중범죄자 국가 예산 지원 문제 △운용주체를 문제 삼는 내용이었다. 특히 변협은 법원과 검찰이 국선변호인 운영권을 쥐게 되면 변호권이 위축된다고 우려하고 있다. 법무부의 외청인 검찰에서 피의자를 수사·기소하는데, 피의자 변호인도 법무부 산하기관에서 지원하면 공정한 변론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정부는 공단에 ‘피의자 국선변호관리위원회’를 신설해 독립성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관리위는 대법원장·법무부 장관·대한변협 회장의 동수 추천으로 구성된다. 또 정부안은 국선변호인이 선정된 이후 피의자 접견, 신문 참여 등 업무를 독립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고 있다. 한 법무부 관계자는 “변협의 반대는 운영권을 변협 쪽이 가져가야 한다는 것인데, 이런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들다”며 “형사공공변호인제는 헌법상 보장된 방어권과 인권이 더욱 폭넓게 보장되고, 변호사의 활동 범위가 넓어지는 것으로 봐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불법촬영물을 공유한 혐의로 입건된 가수 로이킴이 지난 10일 서울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아예 제도 자체가 잘못됐다는 의견도 있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회장 김정욱·한법협)는 “중범죄자만을 위한 피의자 국선변호 도입과 법률구조공단 운영을 반대한다”며 “법무부로의 예산 집중, 조직 비대화를 위한 제도에 불과하다”고 날을 세웠다. 김한규 전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은 이달 초 페이스북을 통해 “범죄 피해자에 대한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데 중범죄자에게 변호인을 지원한다는 것이 이해 가지 않는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정된 예산을 피의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우선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반면 박찬운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난 10일 페이스북에서 “돈 있는 사람, 재벌 회장만 변호사와 함께 경찰서나 검찰청을 들어가게 해서는 안 된다”며 제도 도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재판에서 약 30%가 무죄가 되는 미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검사가 재판에 넘긴 피의자가 유죄를 받을 가능성이 99%에 가깝기 때문에 수사단계에서 억울한 사람이 생기지 않도록 반드시 변호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는 이론의 여지 없이 우리 형사사법 절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지만 운영을 어떻게 할지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변호사들과 변호사 단체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도 도입 취지를 설명하며 미국, 영국은 이미 오래 전부터 피의자 국선변호제를 운영 중이고 우리나라와 법 체계가 유사한 일본도 지난해 6월 국선변호의 대상을 모든 피의자로 확대하는 등 ‘글로벌 스탠다드(국제기준)’가 되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법조계에서 형사공공변호인 제도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는 입법예고 과정에서 다양한 의견을 듣겠다는 입장이다. 법무부는 내달 말 공청회를 열어 각계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오지현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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