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서울 종로구는 19∼20일 숭인공원 일대에서 개최하는 ‘2019 단종비 정순왕후 추모 문화제’에서 만 15~20세 여성을 대상으로 왕후의 간택 행사를 재현하는 ‘정순왕후 선발대회’를 기획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백지화했다. 해당 선발대회의 공고문을 확인한 결과, 본선 진출자는 조선시대 왕비를 뽑던 절차에 따라 ‘초간택·재간택·삼간택’을 거쳤다. 대회에서 1등을 하면 정순왕후가 돼 50만원의 상금을, 2등과 3등은 각각 권빈과 김빈이 돼 10만원의 상금을 받았다. 구체적 심사 내용으로는 ‘솥뚜껑 밟으며 입장· 다과 먹기·부친 성함 한자쓰기’ 등이 있었다. 네티즌들은 이에 “자라나는 학생들에게 본부인과 첩을 뽑는 행사에 참가하라니”, “정말 한심하다” 등의 격한 반응을 내놨다.
미인대회 자체가 여성인권 신장이라는 시대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지적은 과거부터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미인선발대회였던 미스코리아 선발대회는 이전보다 입지가 많이 좁아졌다는 평을 받는다. . 미스코리아 선발대회가 여성을 성적으로 상품화하고 몸에 대한 규격화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여성단체들은 1990년대 말부터 ‘안티미스코리아’ 운동을 펼쳤다. 그 영향으로 지난 2002년부터 공중파 방송은 미스코리아선발대회 중계방송을 중단한 상태다.
하지만 여전히 전국의 각 지역에서는 ○○아가씨 선발대회라는 이름으로 각종 미인대회를 활발히 열고 있다. 올해 89번째 대회를 맞은 ‘전국춘향선발대회’는 1931년부터 전라북도 남원에서 열리는 전통문화축제 ‘춘향제’의 주요한 행사다. 디지털남원문화대사전에 따르면 해당 행사는 ‘정절과 부덕의 표상인 춘향의 얼을 되살리’는 것을 취지로 한다. 지리산 지역의 여성주의 문화단체가 꾸린 ‘춘향제 시민모니터링단’은 지난해 춘향제를 모니터링한 뒤 “춘향을 정절의 아이콘으로 국한해 소비하는 것은 여성 혐오 문화를 근간으로 유교적 가부장제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미스춘향 선발과정에서 ‘얼굴이 못 생긴 춘향이 이도령의 마음을 사로잡으려면?’ ‘이도령이 정말 거지꼴로 돌아온다면?’ ‘변사또가 거액의 로또에 당첨된다면?’ 등의 질문이 던져졌고, 이에 대해 후보들은 ‘지조와 절개’, ‘변치 않을 사랑’을 약조하는 답변을 앵무새처럼 반복했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모니터링단은 또 후보들이 한복을 입고 등장했다가 다시 섹시한 의상을 입고 걸그룹 댄스를 추는 것에 대해서도 “대회의 춘향은 남자들이 원하는 개념녀, 정숙하게 가리고 섹시하게 벗는 여성”이라고 일갈했다. /신화 인턴기자 hbshin1207@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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