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할머니가 뼈주사를 맞았더니 무릎 관절염이 씻은 듯이 나았다고 어머니가 자꾸 뼈주사를 맞으러 가자고 하셔서요.”
시골에 사는 노모를 모시고 진료를 보러 온 딸이 진료실에 들어서자마자 뼈주사를 맞아도 되느냐고 물었다. 시골에서는 장날이면 읍내에 가서 뼈주사를 맞는 어르신이 많다고 한다. 사실 진료를 하다보면 “뼈주사 놓아달라”고 하는 할머니들이 종종 있다.
뼈주사는 강력한 소염작용을 하는 스테로이드 주사로 뼈에 직접 맞는 게 아니라 무릎 관절 안에 놓는다. 스테로이드 성분을 주입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사를 맞으면 바로 통증이 없어져 관절염이 나았다고 오해하기도 한다. 무릎이 아플 때마다 병원을 찾아 주사를 놓아달라는 분도 있다. 우스운 얘기지만 예전에는 뼈 주사를 쉽게 놓아주는 병원에 환자들이 줄을 서고 ‘명의’라는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처럼 많은 환자가 위험성은 모른 채 당장 통증을 완화하기 위해 뼈주사를 과도하게 맞으며 버티다가 관절을 많이 망가뜨린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뼈주사는 잠시 통증을 완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무릎 관절의 손상 자체를 멈추게 하거나 닳은 연골을 재생시키는 기능은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뼈주사는 부작용이 따를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한다. 자주 맞으면 뼈가 삭는 무혈성 괴사 또는 전신 부작용으로 부신피질호르몬 결핍증이 나타날 수 있다. 만성적으로 쓰거나 면역력이 약한 분들이 자주 뼈주사를 맞으면 관절이 망가질 수 있다. 스테로이드 성분은 연골조직 기능을 약화시키고 면역력을 감소시켜 자생력을 떨어뜨리며 골다공증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당뇨가 심한 경우 뼈주사를 맞으면 혈당 수치가 올라간다. 감염질환을 앓은 적이 있다면 감염 위험성이 높아질 수 있다. 주사를 맞은 뒤 관절이 심하게 붓거나 피부가 하얗게 변색되는 경우에는 주사를 중단하고 1년에 3회 이상 맞지 않아야 한다.
뼈 주사를 맞고자 하는 환자분들께 드리고 싶은 얘기가 있다. 뼈주사는 관절염을 위한 비상금 같은 것으로 꼭 필요할 때 요긴하게 써야 한다는 점이다. 비상금을 여기저기 허투루 썼다가는 정작 필요할 때 쓸 돈이 없어지는 것과 마찬가지다. 잘 쓰면 도움이 되지만 잘못 쓰면 독이 되는 양날의 검과 같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환자들 중에는 간혹 뼈주사와 연골주사를 헷갈려 하는 분들이 있다. 연골주사는 흔히 히알루론산 주사를 말한다. 정상 히알루론산은 관절연골 및 관절액의 주요 구성성분 중 하나로 윤활작용을 한다. 퇴행성 무릎관절염 환자는 히알루론산이 부족해 통증이 유발되기 때문에 연골주사가 통증 치료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연골주사는 약으로는 조절이 잘 안 되지만 수술까지는 안 해도 되는 경우에 주로 쓰이는데 진통 효과가 스테로이드보다 천천히 나타난다. 주사 횟수는 일주일 간격으로 3회를 맞는데 6개월에 한 번씩 맞을 것을 권한다.
연골주사를 맞으면 새로운 연골이 생성된다고 오해하는 환자들이 종종 있다. 하지만 연골 보호 기능을 도와준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최근에는 히알루론산 농도가 높은 고농도 연골주사를 쓰기도 한다. 고농도로 한 번 투여하면 기존 주사치료를 3회 받은 것과 비슷한 효과를 보인다.
이런 주사치료들은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시기에 받으면 통증완화 효과를 볼 수 있다. 하지만 뼈주사를 놓아달라고 병원을 찾는 어르신들 중에는 검사를 해보면 연골이 대부분 닳은 말기 관절염인 경우가 많다. 이때는 인공관절 수술이 정답이다. 다른 확실한 치료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뼈주사를 무조건 맹신하는 것은 금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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