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르담 대성당 화재의 상흔이 아물기도 전에 프랑스 도심 곳곳이 반정부시위대 ‘노란 조끼’의 격한 시위로 다시 불길에 휩싸였다. 지금껏 생활고 호소를 일축해온 프랑스 정부가 성당 복원에 전력을 기울일 것을 약속하고 대기업들도 거액의 기부금을 선뜻 내놓기로 하자 시위대의 분노가 더욱 폭발한 것이다. 프랑스 정부는 국론통합의 계기로 삼으려던 노트르담 복원 문제를 시위대가 비난하는 데 대해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AP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수도 파리 등 주요 도시에서 지난해 11월 중순 시작된 노란 조끼의 스물세 번째 반정부집회가 열렸다. 집회는 평화적으로 시작됐지만 오후 들어 일부 시위대가 경찰을 향해 돌을 던지고 바리케이드 등을 불태우는 등 폭력적으로 변했다. 이들은 ‘노트르담을 위해서는 모든 것을, 레미제라블(불쌍한 이들)을 위해서는 아무것도 없다’는 구호가 적힌 팻말을 들고 나와 목소리를 높였다. 시위대는 노트르담 대성당 복원에 거액을 기부한 프랑스 부자들은 물론 오는 2024년 프랑스올림픽 개최 때까지 대성당 복원을 즉각 약속하면서도 수개월간 프랑스 전역에서 벌어진 노란 조끼 시위대의 요구를 외면하는 정부를 비판했다.
프랑스 정부는 노란 조끼 집회의 폭력화를 막기 위해 이날 전국에 6만명의 경찰을 배치했다. 일부 시위대는 최근 대형화재가 발생한 노트르담 대성당 쪽으로 향했으나 인근 지역을 보안구역으로 설정한 경찰에 가로막혔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노란 조끼 시위 이후 사회적 대토론을 실시한 뒤 지난 15일 대국민담화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대성당 화재로 이를 취소했다. 담화는 25일께 나올 예정이다. /김민정기자 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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