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살롱] "경상도 사투리 시끄러우니 쓰지마"…논란의 시작과 끝

서울 한 대학교서 벌어진 일

"저는 최대한 상냥하게 따뜻하게 말 했지만"

부산 출신 해당 학생 "차별받는 건가" 상처

서울 소재의 한 대학교 학생이 같은 과 동기에게 “부산 사투리를 쓰지 말아달라”고 ‘정중히’ 부탁한 일이 알려지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상에서 많은 이들이 분노하고 있다.

21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사투리 자제해달라니까 죽어도 안 고치겠다는 같은과 부산애’라는 제목의 글이 화제가 됐다. 글 작성자이자 카카오톡 대화 공개한 이는 해당 학과 과 대표였다. 글 작성자는 부산 출신인 동기 A씨에게 “가끔 우리 과 애들이 너의 말을 못 알아듣거나 하는 일이 생기곤 했다”면서 “서로서로 양보하고 배려해보는 건 어떨까”라고 정중히 사투리를 고칠 것을 건의했다.

작성자가 공개한 대화에 따르면 그는 A씨에게 “너 혼자만 경상도에서 왔거든, 너 빼고 전부 서울이거나 경기도 출신인데 너만 경상도라서 이질감을 느낀다”며 말을 걸었다. 이어 그는 “(경상도 사투리가) 조금 듣기 힘들 때도 있고 귀가 따가울 때도 있다”면서 “사투리를 조금만 자제해줄 수 있을까, 고쳐주면 더 좋고. 과 생활이라는 게 단체 생활이잖아”라고 강조했다.

해당 메시지에 A씨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기가 힘들다”고 하자 글쓴이는 “말을 조금 길게 썼나? 사투리 조금만 자제해달라는 말이었다”고 다시 강조했다. 이에 A씨는 “그러니까 나는 부산에서 살았고 사투리 쓰는 거 어쩔 수 없는 건데 왜 사투리를 자제해야 하는거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글쓴이는 “부산사람이니 사투리 쓰는 것도 당연한데 과 친구들이 불편해하니까 고쳐줬으면 한다”고 재차 당부하며 “나중에 취직하면 사투리도 고쳐야 할텐데 긍정적으로 생각해서 지금부터라도 고쳐나가면 어떨까?”라고 다시 한 번 ‘정중히’ 부탁했다.

이에 A씨는 “내가 무슨 외국어 쓰느냐”면서 “고칠 생각 없다”고 못박았다. 그러자 글쓴이도 “우리 과 애들이 다들 불만이 많다, 어떻게 안 될까? 못 알아듣겠어!”라고 답했다. 다시 A씨는 “도대체 뭘 못 알아듣나. 다들 ‘밥 사줄까’라고 하면 좋다고 알아 듣던데. 싫다. 안 고쳐진다”고 했고, 이후 A씨는 카카오톡 메시지를 읽지 않았다.



위 글은 글쓴이의 의도와는 다르게 누리꾼들의 공분을 사게 되면서 결국 삭제됐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게 말인가, 방구인가”, “고치긴 뭘 고치나, 본인 마음이나 고쳐라”며 분노했다. 한 누리꾼은 글쓴이에게 “너도 부산 오면 서울말 쓰지마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에 글쓴이는 “어차피 저는 부산 갈 일도 없고 사투리를 배울 생각은 없다”면서 “일이 이렇게 커질 줄 몰랐다, 밑 지방 분들께 죄송하다”고 사과글을 올렸다.

논란이 계속 되자 글쓴이 역시 A씨에게 사과의 메시지를 남겼다. 그는 “차별하려는 의도는 아니었지만 사실 지금도 사투리를 들으면 시끄럽다고 느껴지기도 한다”면서 “그래도 생각해보니까 존중이라는 마음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도 느꼈다”고 썼다. 이어 “사투리 고치라는 말은 안 할게, 조금은 억약을 낮춰주고 약하게 둥글게 자제해주라는 말로 대체해본다”고 글을 마무리했다.

한편 경상도 사투리는 부산, 경남, 대구, 경북 등 대략 1,300만 명 인구가 사용하는 지역 언어다. 소백산맥 등으로 둘러싸여 고립된 지형 특성상 비교적 중세 한국어의 흔적을 잘 간직하고 있는 방언으로 알려져 있다. 억양이 다른 방언보다 센 이유 역시 한국어에서 지난 17세기에 사라진 중국어 영향의 ‘성조’가 남아있기 때문이란 분석이 나온 바 있다.

/강신우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