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14회를 맞는 서울스프링실내악축제(SSF)에 베트남 출신의 세계적인 피아니스트 당 타이 손(사진)이 참석해 무대를 빛낸다. SSF는 23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열린다.
22일 서울 종로구 오라카이 스위츠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당은 “30여 년 전부터 한국 팬들과 만나왔는데 실내악으로는 처음”이라며 “피아니스트는 외로운 음악가지만 실내악으로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협연하면서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소감을 밝혔다.
당은 한국인 최초로 조성진이 우승했던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1980년 동양인으로는 처음으로 우승하며 아시아 연주자들의 시대를 열었다. 그는 섬세한 터치와 음악성으로 ‘현존하는 피아니스트 가운데 가장 쇼팽다운 연주가’라는 평가를 받는다. 당은 25·27일 두 번의 공연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제2번’을 페데레프스키가 피아노와 현악 5중주를 위한 곡으로 편곡한 버전으로 연주하는 등 다채로운 레퍼토리로 색다른 모습을 보여줄 예정이다.
올해 SSF의 주제는 ‘음악과 미식’이다. 입으로만 즐기는 미식이 아닌 귀까지 즐거운 ‘봄날의 실내악 미식회’를 선보인다. 이에 개막공연은 스칸디나비아의 뷔페식인 ‘스모르가스보드’(Smorgasbord)를 주제로 펼쳐질 예정이다. 전형적으로 5개의 코스로 이뤄지는 스모르가스보드 특성에 맞춰 5개의 작품으로 구성하고 마지막 곡은 스칸디나비아 작곡가인 스벤젠의 작품으로 마무리하는 방식이다.
노부스 콰르텟의 김재영은 “음악과 미식을 주제를 잡은 점이 기발하다고 생각했다”며 “음악이 음식과 연결되면 청중들도 이해하기 쉬워지고, 흥미로운 레퍼토리도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당 역시 “음식을 너무 길게 놔두거나 일찍 끝내면 망치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라며 “음악처럼 요리도 레시피를 보고 따라 하기보다 직관에 따를 때 멋진 요리가 나온다”고 설명했다.
SSF에는 당 외에도 프랑스 국립문화훈장 및 문학훈장을 받은 하피스트 이자벨 모레티와 ‘차이콥스키 트리오’의 멤버로 러시아 실내악의 표본을 보여주고 있는 바이올리니스트 파벨 베르니코프가 참가한다. 또 조영창, 양성원, 김영호, 김상진 등 국내 최정상 아티스트들이 멋진 하모니로 ‘맛있는’ 공연을 선사한다.
SSF는 2006년 서울의 문화도시 브랜드를 강화하고 시민들이 클래식을 즐길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 시작됐다. 실내악을 활성화하고 신진 연주자를 발굴·육성하면서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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