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2 드라마 ‘최고의 이혼’과 올해 초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킹덤’으로 얼굴을 알린 신예 김혜준은 김윤석 감독의 ‘미성년’으로 가능성 있는 배우로 점쳐졌다.
두 가족에게 벌어진 폭풍 같은 사건 이후부터 영화 ‘미성년’은 시작된다. 사건에 집중하기 보다는 그 이후 사건에 대처하는 아이와 어른의 시각 및 인물 각각의 내면을 보여주는 스토리텔링에 집중한다. 김혜준 역시 “처음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사건보다도 그 사건을 마주하는 인물들의 이야기로 흘러가는 것이 굉장히 깊고, 따뜻하고, 그런 것들을 많이 느껴서 너무너무 오디션을 잘 보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김혜준은 영화 ‘미성년’에서 아빠의 비밀 때문에 벌어진 일생일대의 사건을 해결하고자 고군분투하는 주리로 분해 당차고 강단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아빠 의 ‘비밀’을 목격하게 된 주리는 심지어 그 상대가 같은 학교 동급생 윤아(박세진)의 엄마라는 사실에 충격 받는다. 엄마가 알기 전에 이 사태를 해결해보려 하지만 윤아는 쉬쉬한다고 없던 일이 되지 않는다며 주리의 엄마 영주(염정아)에게 이 사실을 얘기해버린다.
500대 2의 경쟁률을 뚫고 캐스팅된 배우 김혜준은 박세진과 함께 한 달 동안 3차에 걸친 오디션에 참가했다. 김혜준은 “평소 김윤석 선배님을 존경했고, 시나리오 또한 너무 따뜻하고 깊어서 오디션 준비를 열심히 했다”며 열정을 내비쳤다. 김윤석 감독은 김혜준과 박세진 두 배우는 신인이지만 무언가의 기교나 기술로서 연기를 매끄럽게 흉내내는 게 아니라 서툴지만 자기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었기에 함께 작업하고 싶다고 전했다.
오디션에서 보여주는 표면적인 연기만으로는 배우를 판단할 수 없다고 판단한 김윤석 감독은 대화를 통해 그들을 좀 더 알아보고자 했다. 그렇기 때문에 영화 촬영에 돌입한 후에도 두 신예 배우들과의 지속적인 대화를 통해 의견을 나누며 촬영을 이어 나갔다는 후문이다.
김혜준은 “김윤석 감독님은 저를 꿰뚫어보고 계셨다. 무엇이 불편한지 알고 해결책을 제시해 주셨다”고 놀라움을 전했다. 실제 고등학생 시절을 돌아보며 솔직한 여고생의 디테일을 잡아간 김혜준.
“아무래도 17살 역할이다 보니까, 저도 17살을 겪었었고 그래서 제가 17살 때 생각했던 고민들이나 여고생들이 할 법한 평범한 행동들 많이 떠올려보고 실제로 제가 다녔던 고등학교에도 한 번 지나가보면서 관찰도 하면서 여고생이 할 법한 행동들이나 생각들을 위주로 고민을 하고 공부를 했어요. 모든 순간들을 놓치지 않고 연기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고민하면서 찍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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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사람이 좋은 성인이 되기 위한 길을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는 김혜준은 영화 ‘미성년’이 주는 메시지에 공감했다. 즉 “우리는 모두 미성년이다”는 단순하지만 진중한 메시지 말이다.
“영화 속에선, 법적으로 미성년인 아이가 성년같고, 어른이 미성년 같다는 말을 하시기도 하지만, 죽을 때까지 완전한 어른은 없는 것 같아요. 어른으로 가는 과정 중에 있는거죠. 그러면서 조금씩 어른이 되는 것 같아요. 저 역시 ‘좋은 어른이란 무얼까’에 대한 고민을 끝내지 못했어요. 성인이 되고 주민등록증이 나오고 난 어른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영화를 통해서 많은 생각들을 하게 됐어요. 그래서 굉장히 좋았죠.”
김혜준은 ‘미성년’ 홍보 스케줄을 마친 뒤 바로 ‘킹덤’ 시즌2 촬영에 합류한다. 또 지난해 촬영을 마친 영화 ‘변신’도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변신’에서는 배우 성동일의 딸로 출연한다. ‘킹덤’ 시즌1에서 연기력 혹평이 이어지기도 했지만, 그는 좀 더 의연해지는 계기가 됐다고 한다. 상처 역시 받았다. 하지만 스스로를 더욱 채찍질 하게 됐다고. 연기를 즐기는 방법도 조금씩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무엇보다 류승룡 배우와 작업한 ‘킹덤’ , 배두나 배우와 작업한 ‘최고의 이혼’, 염정아 배우와 작업한 ‘미성년’ 여기에 성동일 배우와 작업한 ‘변신’ 필모그래피에서도 알 수 있듯 스스로 “행운의 배우”임이 분명했다.
“살면서 욕심을 낸 적이 많이 없는데 연기에 대한 욕심은 절대 버리지 못할 것 같아요. 사실 포기가 빠른 편인데 연기는 그렇지 않은 것 보면 연기를 너무 사랑하나 봐요. ‘미성년’을 통해 배운 점이 많아요. 무엇보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게 재미를 제대로 경험한 듯 해요. ‘킹덤’ ‘최고의 이혼’ ‘미성년’ ‘변신’ 등 모든 작품이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그것에 대해선 정말 감사하게 생각해요. 어떤 배우로 뿌리를 내리기엔 할 것도 많고, 노력해야 할 것도 많아요. 다만 꿈이 있다면, 가능성이 있는 배우가 되는 것이요. 언젠가 ‘그래도 이 배우는 믿을 수 있지 않나‘ 라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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