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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수미 "자식 위해 꿈 접어야 했던 모든 엄마에게 바치는 앨범"

■4년만에 신보 '마더' 발매

"치매로 딸 알아보지 못하는

제 어머니 향한 음악 선물"

내달8일까지 전국투어 공연

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소프라노 조수미가 23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호텔에서 열린 새 앨범 ‘마더’ 발매 기자간담회에서 질문에 답하고 있다. 오른쪽은 듀엣곡을 함께 부른 테너 페데리코 파치오티. /연합뉴스


“자식들을 위해 꿈과 많은 것들을 희생하며 사셨던 대한민국 모든 어머니들을 위한 앨범입니다”

소프라노 조수미가 어머니에 대한 애틋함과 사랑을 담은 앨범 ‘마더’로 돌아왔다. 신보는 지난 2015년 가요음반 ‘그리다’ 이후 4년 만이다. 그는 23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그랜드인터컨티넨탈 파르나스 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치매인 어머니가 저를 알아보지 못하고 점점 멀어지는 상황에서 음악을 선물해 드리고 싶었다”며 앨범 제작 계기를 밝혔다. 조수미는 “2006년 아버지가 돌아가신 날 프랑스에서 공연하고 있었는데 그날 녹화 영상이 자연스레 아버지에게 헌정하는 음악이 됐다”며 “어머니도 스치듯이 본인을 기억해줄 만한 무언가를 만들어 줬으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던 기억이 있다”고 털어놨다.

어머니 김말순 씨는 딸에게 ‘너는 나처럼 결혼하면 안 되고 대단한 성악가가 돼 세계를 돌면서 내가 못 다한 노래를 해야 한다’는 말을 하루에 두세 번씩 했을 만큼 혹독하고 엄격했다. 때로는 미워하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 이해하게 됐다. 조수미는 “8살 때인가 설거지하는 뒷모습이 갑자기 초라해 보이면서 엄마가 아닌 한 명의 여자로 느껴졌다”며 “어떻게 하면 저 여자를 도와줄 수 있을까,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며 성악가를 꿈꾸게 된 아주 특별한 저녁”이라고 회상했다.



조수미는 서울대 음대를 거쳐 1984년 이탈리아 산타체칠리아 음악원으로 유학을 갔다. 타향 만리에서 가장 보고 싶은 사람은 어머니였다. 그는 “어머니가 원하던 걸 꼭 들어주고 싶었고 왜 여기 유학을 와 있는지 비로소 이해가 됐다”며 “어느 날 저를 떠나신다면 아마 세상에서 가장 그리워하는 분이 될 것”이라며 또 한번 애틋함을 드러냈다.

조수미는 이번 앨범 곡들을 직접 선별했다. 조수미는 “어머니 품처럼 따뜻하게 들을 수 있는 음반을 원했다”며 “어머니에 관한 수많은 곡을 13곡으로 정리하는 과정이 힘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번 앨범은 클래식만 아니라 민요, 가요, 크로스오버 등 여러 장르의 곡이 섞여 있다. 이 가운데 타이틀 곡이자 영화 ‘웰컴 투 동막골’의 OST인 ‘바람이 머무는 날’(Kazabue)과 폴란드 민요 ‘마더 디어(Mother Dear)’, 아일랜드 민요를 해금과 오케스트라 연주로 편곡한 ‘워터 이즈 와이드(The Water is Wide)’ 등은 7곡은 이번 신보를 위해 새로 녹음했다. 그 외에 지난 2015년 녹음했으나 미수록된 ‘가시나무’, 조수미의 어머니가 좋아하셨던 드보르작의 ‘어머니가 가르쳐 주신 노래(Songs My Mother Taught Me)’와 보너스트랙으로 윤일상이 작사·작곡한 ‘아임 어 코리언(I’m a Korean)이 수록됐다.

앨범 발매와 함께 공연도 준비됐다. 조수미는 지난 21일부터 5월 8일까지 용인·강릉·대구·부산·서울 등 전국 8개 도시에서 투어 공연 ‘마더 디어’를 진행 중이다. 이탈리아 출신의 테너이자 기타리스트인 페데리코 파치오티가 게스트로 함께 한다. 유네스코 평화사절단이기도 한 조수미는 기회가 된다면 북한 무대에 언제든 설 수 있다는 바램도 드러냈다. 그는 “대한민국의 평화가 곧 세계의 평화이기도 하다”며 “정치인들이 갈 수 없는 곳에 예술인들은 갈 수 있고, 음악으로 모든 것을 풀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조수미 앨범 ‘마더’ 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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