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성 밖 자연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정원이란 뜻을 지니고 있는 서울 유일 한국의 전통정원 ‘성락원(城樂園)’이 200년 만에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많은 관심에 24일 오전 성락원을 관리하고 관람 사전예약을 받던 한국가구박물관 사이트가 마비됐다.
서울시는 23일부터 오는 6월 11일까지 한시적으로 성락원을 공개하기로 했다. 성락원은 뒤에 산등성이를 등지고 좌우에 청룡·백호의 산줄기가 벌려선 형국에 자리 잡고 있는 조선 시대 정원의 정수로 평가받는 곳이다.
성락원은 서울 성북구 북한산 자락에 16,000㎡ 규모로 들어선 ‘비밀정원’이다. 1790년대 황지사라는 인물이 처음 조성한 전통 정원이다. 암반과 계곡 등 자연 지형을 최대한 살리고 인간의 손길을 최소화했다.
19세기 들어 철종(재위 1849∼1863) 때 이조판서를 지낸 심상응의 정원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일본강점기에는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의친왕 이강이 35년간 별저로 썼다. 이후 심상응의 후손인 고(故) 심상준 제남기업 회장이 1950년 4월 사들여 오늘에 이르렀다.
성락원은 서울 안에 있는 몇 안 되는 별서(별장) 정원인데다 풍경이 잘 보존돼 1992년 사적 제378호로 지정됐다가 2008년 명승 제35호로 다시 지정됐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의 저자인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국내 3대 정원으로 담양 소쇄원(瀟灑園), 완도 보길도 부용동(芙蓉洞)과 성락원을 꼽기도 했다. 성락원 내원에는 연못인 영벽지가 있는데 이곳 바위에는 추사 김정희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현재 성락원을 관리하는 가구박물관은 복원이 마무리되기 전 임시로 이곳을 개방하기로 해 한국 전통 정원을 알리는 계기를 마련했다. 관람은 사전예약해야 한다.
사전예약 방법은 가구박물관 홈페이지 외에도 박물관 유선 전화번호 또는 이메일을 통해 신청할 수 있다.
관람은 월·화·토요일 등 주 3회, 하루 7회, 회당 20명씩 이뤄진다. 하루 두 차례는 영어 가이드로 진행한다. 관람료는 1만원이다. 현장서 현금결제 또는 사전계좌에 입금하는 방식으로 내야 한다.
관람 동선은 정문에서 쌍류동천, 용두가산, 영벽지, 송석정 연지, 송석정 관람, 다정, 영벽지 순으로 진행되며 소요시간은 1시간 가량이다.
정영준 서울시 역사문화재과장은 “문화재청과 함께 성락원의 복원·정비를 추진함과 동시에 소유자 측과 협의해 개방 시기를 늘려 시민들에게 보다 많은 방문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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