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여야4당은 선거제도 개혁 법안 및 사법제도 개혁안의 패스트트랙 절차 도입을 위한 당내 의사결정을 마무리 지었다. 25일까지 정치개혁특별위원회와 사법제도개혁특별위원회에서 관련 법안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되면 사실상 패스트트랙 정국은 일단락된다. 선거제도 개혁과 사법제도 개혁은 우리 정치에서의 오랜 숙원과제였던 만큼 이번 여야4당의 행보는 그 의미가 크다 할 것이다.
여야4당의 이번 선거제도 개혁안의 합의는 우리 민주주의제도 발전에 큰 계기가 될 것이다. 이번 선거제도 개혁안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핵심으로 한다. 정당에 대한 유권자의 표심 그대로 국회를 구성하게끔 하는 것이다. 현행 선거제도가 1인 2표제를 기본으로 하고 있지만 정당투표 결과가 비례대표 의석만 결정할 수 있어 실제 정당지지와 정당별 국회 의석수가 왜곡돼왔다. 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은 물론이고 시민사회 등에서 오랜 기간 있었지만 국회에서 제대로된 논의가 이뤄진 적이 없었다. 이번 패스트트랙 도입은 선거제도 개혁의 실질적 국회 논의의 시발점이 된다는 측면에서 우리 정치사에도 매우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과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핵심으로 하는 사법제도 개혁 역시 우리 정치의 핵심적인 개혁과제였다. 세부적으로 약간의 차이가 있기는 하나 이 두 가지 사안은 지난 대선에서 문재인·안철수·유승민 후보의 공통 공약이기도 했다. 고위공직자들의 비위 수사를 전담할 공수처는 공수처에 기소권을 어디까지 부여할지 여부를 놓고 정치권이 갑론을박했지만 그 설치만으로도 예방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다. 더욱이 그간 검사·판사·고위경찰 등에 대한 소위 셀프 수사가 미온적이고 국민적 의혹을 풀기에 부족하다는 비판 역시 공수처를 통해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여야4당의 합의에 대한 자유한국당의 반발은 매우 아쉽다. 선거제도 개혁안은 지난해 12월 여야5당이 합의한 내용이었고 검경 수사권 조정제도 역시 역대 정부 모두가 시도했던 일이다. 공수처가 또 다른 옥상옥 사정기관이 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지만 이런 사정기관에 대한 견제기구를 만드는 것은 정부조직 간 견제와 균형의 원리 차원에서 필요하다. 공수처의 중립성을 최대한 높이기 위해 공수처장 추천위원회 구성에서 사실상의 야당 비토권도 포함시켰다.
이제 역사상 유례없는 정치 및 사법제도 개혁의 첫걸음을 디뎠다. 사실 패스트트랙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비록 한국당이 반발하고 있지만 여야4당은 끝까지 한국당과의 합의 처리를 위해 노력할 것이고 그렇게 해야만 한다. 쉽지 않은 출발이었던 만큼 개혁 법안들이 국회를 통과하는 그 날까지 국민들의 성원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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