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은 온·오프라인연계(O2O) 융합으로 이해하는 것이 가장 간단명료하다. 3차 산업혁명까지가 ‘자동화’라는 생산혁명이라면 4차 산업혁명은 ‘지능화’라는 생산과 소비의 융합혁명이다. 산업의 본질이 생산과 소비의 순환이다. 산업혁명은 인간의 미충족 욕망을 신기술이 충족시켜온 ‘기술과 욕망의 공진화’ 과정이었다. 3차 산업혁명까지는 인간의 생존·안정·연결의 욕구를 각각 기계·전기·정보 기술이 충족시켜왔다. 그리고 이제 4차 산업혁명에서 과거에는 불가능했던 개인화 욕망의 충족이 지능 기술로 가능하게 된 것이다.
자동화를 통한 공급 확대로 개인화된 욕망의 충족은 불가능하다. 개인화된 욕망의 충족은 예측과 맞춤으로 구현이 가능할 뿐이다. 개별 소비자에게 맞춤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기술의 등장으로 4차 산업혁명의 문이 열리게 된 것이다. 단순한 기술의 융합이 산업혁명을 촉발한다는 기존의 관점으로는 일자리와 산업의 변화를 제대로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기술이 기존의 산업과 일자리를 파괴하나 미충족 욕망으로 새로운 일자리와 산업을 만들어온 창조적 파괴 과정이 지난 250년 산업혁명의 역사였고 미래 예측의 기반이라고 이해해야 할 것이다.
‘예측과 맞춤’이라는 4차 산업혁명의 가치 창출 프로세스를 살펴보기로 하자. 내비게이터는 도착시각을 예측하고 최적의 맞춤 경로를 안내해준다. 그런데 현실 세계만으로는 도착시각 예측과 경로 맞춤이 불가능하다. 현실의 교통 세계가 투영된 가상의 교통 세계인 내비게이터가 있어야 예측과 맞춤이 가능하다. 시공간이 분산된 현실이 가상에서는 전체로 융합된다. 모든 차량의 위치정보가 가상에서 통합된다. 부분으로 나뉜 현실이 전체를 볼 수 있는 가상과 쌍둥이를 이루는 ‘디지털 트윈’으로 예측과 맞춤이 가능해진 것이다.
즉 4차 산업혁명은 현실과 가상의 융합인 O2O 융합으로 예측과 맞춤의 가치를 창출해 개인화된 욕망을 충족시키는 혁명이다. 대부분의 유니콘 기업의 비즈니스모델은 O2O 융합을 통한 개인화된 예측과 맞춤 서비스 제공이다. 이 과정에서 기술 융합과 규제개혁이라는 쌍끌이 전략이 필요하다.
O2O 융합은 현실과 가상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플랫폼으로 구현된다. 플랫폼은 시장 플랫폼과 제품 플랫폼이 있다. 시장 플랫폼은 원래 양면 플랫폼이고 제품 플랫폼은 단면 플랫폼이다. 이제 공유 플랫폼 혁명은 시장의 플랫폼화를 넘어 제품의 플랫폼화로 확산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시장 플랫폼으로 공급자와 소비자의 미스매치를 해소해왔다. 쿠팡·배달의민족 같은 O2O 서비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그런데 이제 시간과 공간에 따라 변화하는 소비자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서비스가 제품 플랫폼으로 확산하고 있다.
예측과 맞춤은 제품을 넘어 서비스 차원의 욕망 충족이다. 개인화된 욕망을 시간과 공간에 따라 다르게 서비스하려면 모든 제품은 서비스와 융합해야 한다. 바로 제품·서비스 융합이 일반화된다. 제품은 이제 출고 후 변경이 어려운 경직화된 하드웨어를 넘어 제품 플랫폼으로 데이터와 결합해 시공간에 따라 다른 서비스를 제공하게 된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스마트폰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제 모든 가전기기와 웨어러블 기기들은 챗봇과 결합해 개개인의 인간에게 시간과 공간에 합당한 예측과 맞춤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1820년 80%에 달했던 농업 인구가 이제 2%로 감소했다. 과연 제조업은 그러한 과정을 거치지 않을 것인가. 자동화 기술의 발전으로 제조의 생산성은 날로 증대하고 로봇과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유연 생산으로 이제 공급 부족이라는 인류의 오랜 족쇄가 사라지고 있다. 그리고 산업의 중심은 공급에서 개별 소비자 중심의 맞춤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 인간의 욕망을 이해해야 하는 인문학의 시대가 다시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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