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가 노동조합의 반발로 전동차에 대한 전자동운전(DTO·Driverless Train Operation) 도입을 사실상 포기했다. 정차·개폐·출발 시스템을 자동화하는 대신 기관사를 탑승시켜 승객의 안전을 한층 강화하려는 취지에서 도입하기로 한 전자동운전이 ‘지하철 무인화의 전초 단계’라는 노조 입장에 막혀 시동을 걸기도 전에 꺼진 것이다.
25일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지하철 8호선에서 시범 운영한 전자동운전 정책을 현실적으로 재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DTO 철회는 사실무근”이라던 그동안의 입장을 철회한 것으로 8호선 시범운행은 도시철도 자율운행 정책의 초기 사업인 만큼 사실상 사업이 무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지하철 5~8호선은 설계 때부터 DTO 방식을 염두에 두고 만들어졌지만 서울교통공사는 현재 하위 단계인 NTO·STO만 적용하고 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해 8호선 DTO 시범 적용 후 노조의 강력한 반대에 부딪혔다. 민주노총 산하의 서울교통공사 노동조합은 지난해 6월11일부터 103일 동안 천막농성을 벌이며 ‘무인화 철회’를 주장했다. 교통공사 측이 DTO를 하더라도 기관사가 탑승해 무인운전이 아니며 오히려 문 개폐 시 기관사가 승객의 승하차 과정을 볼 수 있어 승객의 안전이 더욱 확실히 보장된다고 설명했지만 갈등의 골은 좁혀지지 않았다. 지난해 9월 공사와 노조는 서울시가 주관하고 시민단체·학계 등이 참여하는 사회적 논의를 거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지난해 11월 한 매체가 ‘교통공사가 지하철 무인화를 철회했다’고 보도했을 때도 교통공사는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사회적 논의는 합의 이후 7개월이 지났음에도 협의체 구성 단계에서 진척이 없다. 공사는 DTO 사업 철회로 해외사업 진출에 상당한 장애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철도운영권 등을 위탁하는 조건으로 전자동운전 경험 등 자율운행 데이터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교통공사 노조 관계자는 “DTO가 지하철 무인운전 시도라는 기존의 입장에는 변화가 없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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