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인사·예산권도 없어...'옥상옥' 그칠것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 반대

송기창 숙명여대 교육학부 교수

● 임기 고작 3년인데 장기교육계획 수립할지 의문

● 정권·정파·단체대표 갈등, 효율적 운영 어려워

● 2014년 폐지된 시도교육위원회부터 부활을

송기창 교수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위한 법률안이 발의돼 국회 공청회까지 마치고 법안심사소위원회 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이제까지 드러난 법률안을 분석해볼 때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논의는 중단해야 한다.

여당이 발의한 법률안을 기준으로 본다면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는 목적은 교육 정책을 사회적 합의에 기반해 안정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교육 발전에 이바지하는 데 있다. 법률안과 그 제안 이유에 따르면 국가교육위원회는 미래사회를 대비한 국가교육 비전 및 중장기 계획 수립, 국가 인적자원 개발정책 방향 정립, 지방교육자치 강화 지원, 교육 발전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 등의 사무를 심의·의결하는 대통령 소속의 초정권적·초정파적 독립기구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를 반대하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국가교육위원회 설치의 취지가 잘못됐기 때문이며 다른 하나는 제안된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방안으로 그러한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위원회 설치 배경인 교육과 교육 정책의 문제에 대한 인식에는 공감하나 그러한 문제를 초래한 원인에 대해서는 동의할 수 없다. 우리나라 교육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책 방향이 급변했고 이로 인해 교육 현장의 혼란과 불신이 야기됐으며 미래사회를 대비한 새로운 교육 체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를 초래한 일차적 원인은 교육행정제도나 조직의 결함보다 제도를 운용하는 사람의 잘못에 있다.

교육 정책의 일관성·안정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대통령선거 공약의 무리한 추진과 잦은 교육부 장관 교체 등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의 전문성 및 정치적 중립성에 문제가 생긴 것은 정치적·비전문적 인사의 교육부 장관 임명과 시도 교육감들의 과도한 정치적 행보 등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제도와 조직을 운용하는 사람의 인식과 행태가 바뀌지 않으면 아무리 제도와 조직이 바뀐다 해도 교육과 교육 정책은 바뀌지 않는다.



국가교육위원회 설치 목적의 한 축이 교육 정책의 안정적이고 일관성 있는 추진에 있다면서도 추진기구가 아니라 심의·의결기구로 둔 것도 모순이다. 일관성 있고 안정적으로 교육 정책을 추진해야 하는 주체는 국가교육위원회가 아니라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으로 현재와 달라지는 것이 없다. 조직·인사권도 없고 예산권도 없는 기구가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집행 과정을 감독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가능성이 희박하다.

그렇다면 중장기 교육 기본계획 수립과 교육과정의 연구·개발·고시, 장기적 대학입학 정책의 방향 수립 정도가 위원회의 고유 기능이라 할 수 있는데 교육 전문가들이 아닌 임기 3년의 각계 대표자들이 모여 실효성 있는 장기 교육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지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현실적으로 국가교육위원회가 결정한 정책을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 추진할 수 있을지, 그것을 위해 별도의 옥상옥 조직을 둬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위원의 지명과 추천·임기 등 구성 방법도 초정권적·초정파적 독립기구와 거리가 멀다. 대통령과 국회가 위원의 3분의2를 지명·추천하는 위원회를 초정권적·초정파적이라고 할 수 있는지, 각계를 대표하는 위원들이 자신을 지명 또는 추천해준 기관과 단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지, 다른 기관이나 단체가 추천한 위원들과 대통령이 지명하거나 여당이 추천 위원들이 동등한 힘을 가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위원의 임기가 3년임을 고려하면 연임할 수 있다고 해도 국회나 대통령이 바뀌면 위원도 교체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오히려 정권친화적·정파대변적·단체대표적 위원 간의 갈등 구조가 형성돼 효과적인 운영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회 교육위원회의 전문 기능 강화, 교육부 장관의 비정치인 임명과 임기 배려, 교육 정책에 대한 정당의 개입 자제, 정치권의 교육 공약 최소화, 교육부 장관과 시도 교육감의 정치적 행보 자제 등 교육 조직의 운영을 개선하면 국가교육위원회를 두지 않아도 그 목적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현시점에서 필요한 것은 교육의 자주성, 전문성, 정치적 중립성 보장이라는 헌법 정신을 살리기 위한 국회의원과 대통령, 교육부 장관, 시도 교육감의 노력이다. 지방교육자치 활성화를 위해서는 국가교육위원회보다 지난 2014년에 폐지된 시도교육위원회를 부활시켜 시도 교육감의 제동장치를 마련하는 일이 더 시급하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