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세대(5G) 통신시장의 주도권을 노리는 중국 화웨이가 지난해 연구개발(R&D)에만 약 18조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나타났다.
26일 블룸버그통신 집계에 따르면 화웨이의 지난해 R&D 지출액은 153억달러(약 17조8,000억원)로 아마존(288억달러), 알파벳(214억달러), 삼성전자(167억달러)에 이어 세계 4위에 올랐다. 마이크로소프트(147억달러), 폭스바겐(143억달러), 애플(142억달러), 인텔(135억달러) 등은 화웨이에 뒤졌다.
특히 지난 5년간 R&D 지출 증가율에서는 화웨이가 149%로 아마존(210%)에 이어 2위를 달렸다. 애플(137%)이 화웨이와 비슷한 수준이었고 마이크로소프트(29%)와 삼성전자(28%)는 크게 뒤처졌다. 지난해 매출 대비 R&D 지출 비중도 화웨이는 14%로 알파벳(16%)에 이어 세계 2위를 차지했다.
중국 포털사이트 페이샹닷컴의 샹리강 수석집행장은 “화웨이의 모든 사업 성과는 R&D 투자 덕분”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화웨이가 최신 스마트폰용으로 자체 설계한 반도체는 애플의 아이폰용에 맞먹는 최첨단 성능을 갖췄다며 5G 스마트폰용 반도체 시장에서 화웨이가 미 퀄컴과 양강구도를 형성할 가능성이 있다고 예상하기도 했다.
한편 화웨이는 기술패권 경쟁에서 최대 걸림돌인 공산당 배후설을 일축하기 위해 25일(현지시간) 기자회견 때 지배구조를 공개했다. 화웨이는 이날 화웨이가 100% 출자한 지주회사에서 창업주 런정페이 회장의 지분은 1.01%에 불과하며 나머지 98.99%는 모두 무역노조가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 법이 주주 수를 제한하기 때문에 노조원들이 직접 지분을 가지지는 못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 같은 설명에도 인민해방군 장교 출신인 런 회장이 중국 정부의 통제를 받고 있다는 의심은 가시지 않는다. 무역노조가 중앙정부의 통제를 받는데다 런 회장이 이사 후보, 대표자위원회 후보를 거부할 권한을 가졌기 때문이다. 크리스토퍼 볼딩 베트남 풀브라이트대 교수는 “직원들이 화웨이를 소유하고 있다는 것은 근본적으로 속임수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