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자들은 소득주도 성장이 정부 의도와 달리 빈부격차를 더 키웠다고 일제히 지적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소득주도 성장은 임금주도 성장론의 변형일 뿐”이라며 “이 정부 들어 빈부격차가 확대됐다”고 꼬집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절실한 상황에서 과도한 일자리 보호정책이 일자리 파괴로 귀결됐다는 지적이야말로 뼈아픈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강명세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이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로 주변부 근로자가 소득주도 성장에서 소외되고 고용기회도 줄어들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정부의 과감한 역할 변화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많았다. 박정수 서강대 교수는 “정부 만능주의의 부작용을 진지하게 돌아보고 경제발전 단계에 적합한 정부의 역할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정부가 모든 것을 하겠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시장과 민간의 활력을 북돋우는 정책 기조로 전환해야 한다는 고언일 것이다. 이 교수가 “공정거래위원회의 무분별한 대기업 때리기는 부작용만 초래한다”며 당국의 각성을 촉구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이처럼 전문가들과 각종 통계는 한결같이 소득주도 성장의 궤도수정을 주문하고 있다. 이런데도 여권은 내수경제를 살리자면 재정을 더 많이 쏟아붓고 소득주도 성장을 오히려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정책실패를 과감히 인정하기는커녕 무모한 정책실험을 고집하겠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성장의 엔진인 기업 투자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거들고 나섰겠는가. 정부는 이제라도 소득주도 성장을 버리고 민간에 힘을 실어주는 유연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는 학계의 제언을 새겨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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